아주 특별한 홈시어터 꾸미기 - Part 4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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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녔을 때 가장 큰 오락거리는 흑백 텔레비전에서 해주던 ''마징가 제트''와 ''독수리 오형제'' 같은 만화영화였습니다. 방학 때만 되면 지금은 재건축을 하고 있는 대한극장이나 세종문화회관 별관 같은 곳에서 ''똘이장군''이나 ''로보트 태권V'' 같은 극장용 만화를 보기 위해 밤잠을 설치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보잘 것 없는 흑백 TV의 화면과, 니스칠한 나무 의자와 소란스럽고 여기저기 휴지가 떨어져 있던 극장이었지만 그래도 씨네마 천국에서와 같은 소중한 추억이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좋아해서 배우 이름과 감독 이름을 줄줄 외우면서 안정효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같은 소설도 즐겨 읽었고 고3 때에는 영화 100편을 채우고(극장에서만) 수험공부를 하겠다던 계획아닌 계획도 세웠을만큼 무비 매니아였지만,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필자는 비교도 안될만큼 영화를 좋아하고 또 많이 보고 조예가 깊은 분들이 너무나 많이 있음을 깨닫게 되며 그만큼 풍족한 문화환경이 우리에게 조성되어 있음을 실감합니다.

영화를 진정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 현재 일고 있는 홈 씨어터의 붐은 매우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일단 양질의 소프트를 좋은 환경에서 감상함으로서 문화적 안목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너무 기계적인 것에만 편중하여 영상물을 보기 위한 홈 씨어터가 아닌 장비를 과시하기 위한 데모 소프트로 영화를 취급할 우려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이번 기사를 통해 여러분들의 홈 씨어터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갈되었기를 바라며 장비에 대한 이해 못지않게 우수한 소프트를 많이 감상하여 문화적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영화 자체를 좋아한다면 고물 TV만으로도 나만의 극장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정구정
자료제공:pcbee(http://www.pcb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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