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 해외 주식펀드 … 볕 들 날은 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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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밑 빠진 독인 양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돈이 계속 빠지고 있다. 중국 등의 증시가 최근 상승하면서 펀드 손실이 줄자 투자자들이 서둘러 발을 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익률이 좀 더 회복될 가능성이 있어 환매를 서두르지 말라는 의견도 나온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해외 주식형펀드는 최근 22 거래일 연속 자금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기간에 4500억원이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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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단위로 볼 때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나간 돈보다 들어온 돈이 많은 것은 2009년 6월이 마지막이었다. 올 들어 순유출된 자금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규모가 큰 펀드에서 유출도 많았다. ‘신한BNP봉쥬르차이나’ 시리즈에서 연초 이후 5000억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또 ‘슈로더 브릭스’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 ‘피델리티 차이나’ ‘KB차이나’ ‘피델리티아시아’ 등 주로 중국과 브릭스 지역의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각각 올 들어 수천억원대의 환매가 이뤄졌다.

 이처럼 해외 주식펀드로부터의 탈출 행렬이 계속되는 것은 3~5년 전 투자한 펀드의 손실이 줄자 바삐 털고 나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인도와 러시아 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했고, 최근 들어서는 브라질과 중국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중국주식펀드는 평균 4.65%의 수익을 올렸고, 3개월 수익률은 7.45%였다. 최근 중국 공상은행 등 4대 은행과 부동산 관련 기업의 실적이 좋아진 것으로 나왔다. 또 제조업 지표도 좋아지면서 최근 상하이종합지수가 2100선을 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홍콩 H주에 투자하는 펀드와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 모두 최근 수익률이 조금이나마 회복됐다. 중국주식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6.85%, 5년 수익률은 -42%로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나마 손실 폭이 줄어든 것이다. 또 최근 3개월간 인도주식펀드는 7.96%의 수익을 올렸다. 러시아주식펀드는 0.76%, 브라질은 2.51% 등이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여전한 중국펀드의 부진과 해외펀드에 대한 과세가 자금 유출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펀드를 서둘러 환매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세계 자금은 중국으로 향하는 추세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과 10월의 중국 경제지표를 본 후 중국에 대한 세계 투자자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국은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개발계획 시기상 투자가 집중되며, 증시부양책과 경기부양책이 나올 때여서 증시에 3년 만에 햇볕이 들 것”이라며 “중국펀드의 환매를 늦추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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