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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14) 특별검사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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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 진상규명 특검’(특별검사 이광범)의 활동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역대 11번째 특검입니다. 사실 역대 특검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2001년)과 ‘대북 송금 특검’(2003)이 그나마 이름값을 한 특검으로 꼽힙니다. 이번엔 ‘특별하지 않은’ 특검이란 오명(汚名)을 씻을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역대 특검을 살펴봤습니다.

김기환 기자

특검은 ‘특별검사제도(特別檢事制度)’의 줄임말이다. 수사 과정에서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제도권 검사 대신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과 그 친인척, 정부부처 장·차관, 판·검사, 국회의원 등 사회 고위층 인사의 권력형 비리나 수사기관 종사자들이 연루된 사건이다.

 특검은 미국에서 유래했다. 1869~1877년 재임한 미국의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이 개인 비서의 탈세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한 것이 시초다. 1972년 닉슨 행정부의 워터게이트 사건 특검부터 본격화했다. 하지만 실효성, 예산 낭비, 위헌 논란에 밀려 1999년 폐지했다. 현재 미국에선 검찰총장이 연방항소법원의 추천을 받아 특검을 운영할 수 있다.

 국내 첫 특검은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수사 특검’이다.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에 쐐기를 박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 검찰이 의도적으로 파업을 유도했는지를 수사했다.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데 의기투합한 정치권이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현재 특검제도는 중대 사안이 터졌을 때 국회가 사안별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단 특정 사건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회의장은 법 시행일 2일 내에 대통령에게 특검 임명을 요청한다. 대통령은 요청받은 지 3일 내에 대한변호사협회나 대법원장에게 추천을 의뢰한다. 대한변협(대법원장)은 7일 이내에 10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 직에 있던 변호사 중 후보 2명을 추천한다.(※내곡동 사저 특검에선 현직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란 이유로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후보를 추천했다) 대통령은 3일 이내에 후보 중 한 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 특검은 준비기간(10일) 동안 특검보를 임명하고, 사무실을 꾸려 검사·특별수사관을 충원한다. 수사기간은 준비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30일 이내다. 한 번에 한해 15일 연장할 수 있다.

 역대 특검은 성과가 뚜렷하지 않아 국민 세금으로 막대한 예산만 쓴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검을 너무 쉽게 가동하고,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을 도구화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특검(특별검사 이광범)이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의 장남 시형(오른쪽)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씨가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 자녀가 특검에 소환되기는 이씨가 처음이다. [중앙포토]

# 조폐공사 파업 유도 특검(1999)

진형구 당시 대검 공안부장(현 변호사)이 취중에 기자들에게 “1998년 11월 조폐공사 파업은 우리(검찰)가 유도한 것”이라고 발언한 데서 시작됐다. 검찰은 진 검사장을 파업 유도의 주범으로 보고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이 경영권 행사에 위기를 느껴 파업을 유도했다”며 강 전 사장을 구속하는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강 전 사장에 대해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만 유죄를 인정했다. 파업을 유도한 경우 적용되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 옷 로비 특검(1999)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외화 밀반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남편을 구명하기 위해 김태정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씨 등에게 고가의 옷 로비를 시도한 사건에 대한 수사다. 특검은 로비 존재를 부정한 검찰 수사 결과와 달리 이씨가 로비를 시도한 사실을 밝혀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총장이 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한 로비’로 결론 내려 로비 실체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 이용호 게이트 특검(2001)

그나마 성공한 특검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용호 G&C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다. 특검은 신승남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씨와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등 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또 김 전 대통령 아들 홍업씨의 비리 정황과 신 전 검찰총장의 수사 내용 유출 정황을 포착해 대검에 넘기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게이트의 핵심 배후로 지목된 김영준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밝혀내지 못했다. 향후 검찰이 김씨를 구속기소해 체면을 구겼다.

역대 특검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옷로비 특검(특별검사 최병모·1999),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특별검사 김진흥·2004), 삼성 비자금 특검(특별검사 조준웅·2008), 디도스 특검(특별검사 박태석·2012). [중앙포토]

# 대북 송금 특검(2003)

참여정부가 들어선 첫해 김대중정부의 대북 치적을 정조준 한 특검이다.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 성사 대가로 현대그룹 자금이 북한에 흘러 들어간 의혹을 수사한 것이다. 특검은 현대 측에서 5억 달러를 불법 송금한 사실을 밝혀냈다. 현대로부터 150억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받은 혐의로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을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송금 과정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가려내지 못했다.

#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2004)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전후로 핵심 측근인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 양길승 전 제1부속실장이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수사했다. ‘최도술 300억원 수수설’ ‘썬앤문그룹 95억원 노무현 캠프 유입설’ ‘양길승 50억원 수수설’ 등이 수사 대상이었다. 하지만 특검은 최 전 비서관이 4억9000여만원을 추가 수수한 혐의만 밝혀냈을 뿐 나머지 의혹은 모두 사실무근으로 결론 내렸다.

# 러시아 유전 개발 의혹 특검(2005)

별로 밝혀낸 게 없는 특검으로 평가 받는다. 철도공사의 사할린 유전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출범했다. 특검은 수사팀 40여 명이 16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수사기간을 연장해 90일 동안 240여 명을 소환조사했다. 하지만 청와대·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모두 근거 없다고 결론 내려 ‘특검 무용론’에 불을 지폈다. 당시 특검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사건을 명쾌하게 결론 내리지 못하고 검찰에 넘겨 유감”이라고 털어놨다.

# 삼성 비자금 특검(2008년)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 고발로 시작됐다. 특검은 삼성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 불법 경영권 승계, 정·관계 로비 등 의혹에 대해 수사했다. 그 과정에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의 열쇠를 쥔 삼성에버랜드·삼성SDS 사채 발행의 불법성을 밝혀냈다. 또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찾아내 조세 포탈 혐의를 밝혀냈다. 하지만 특검은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핵심 간부들을 불구속 기소해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삼성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관련자를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수사 기간을 세 차례 연장해 105일 만에 내놓은 수사 결과였다.

# BBK 특검(2008년)

차기 대통령 당선자 신분인 이명박 대통령을 겨눈 수사였다.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을 둘러싸고 불거진 각종 의혹을 파헤쳤다. 특검은 이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사건 공모 의혹, 도곡동 땅 및 ‘다스’ 차명 보유 의혹, 상암 DMC 특혜 분양 의혹 등을 수사해 모두 이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도 나왔다.

# 스폰서 검사 특검(2010년)

검찰의 치부를 겨눈 특검이었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근무한 검사 수십 명이 건설업자 정모씨로부터 불법 접대를 받은 의혹에 대한 수사다. 정씨가 검사의 스폰서(후원자) 역할을 하면서 돈을 건네고 성접대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특검은 구체적 접대 정황과 검찰 고위 간부를 포함한 검사 수십 명의 실명이 담긴 리스트를 확보하고도 전·현직 검사 4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법원에선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제식구 챙기기’란 비난이 일었다.

# 디도스 특검(2012)

특검 역사상 처음으로 사이버 테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수사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 비서와 최구식 전 새누리당 의원 비서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선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와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에 대해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테러’를 저지른 사건에 대해서다. 수사의 핵심은 테러 과정에서 새누리당 의원이나 청와대 등 이른바 ‘윗선’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특검은 윗선 개입 여부는 밝혀내지 못하고 수사기밀을 누설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5명을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 내곡동 사저 특검(2012)

10월 15일 출범했다. 지난해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내곡동 사저 부지를 54억원에 사들이며 시형씨가 실제보다 싼 값에 부지를 매입한 대신 청와대가 추가 부담한 의혹에 대한 수사다. 당시 시형씨가 11억 2000만원, 청와대 경호처가 42억8000만원을 부담했는데 지분상 시형씨가 17억원을 부담했어야 한다는 게 문제됐다. 검찰은 지난 6월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특검은 최근 시형씨와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79) 다스 회장,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을 줄줄이 소환 조사했다. 11월 14일 수사 종료와 함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한다. 연장(15일간)할 경우 수사는 11월 29일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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