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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육상, 세계의 높은 벽 다시한번 절감

중앙일보

입력

13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제8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세계의 벽에 좀처럼 다가서지 못하는 한국 육상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 이 대회에 남녀 마라톤에 4명의 선수를 출전시킨 것을 비롯해 7명의 선수를 파견했지만 숙원인 메달 획득은 제쳐놓고 한 명도 10위 안에 들지 못하는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다만 여자 경보의 김미정(울산광역시청)과 여자 마라톤의 윤선숙(서울도시개발공사)이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가능성을 보인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 한국의 성적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전 종목에 걸쳐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선 일본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 25개 종목에 남녀 53명의 선수를 파견, 무로후시 고지와 다이 다메스가 각각 해머던지기와 400m 허들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등 마라톤뿐만 아니라 트랙과 필드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음을 증명했다.

일본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90년대 초반부터 장기적인 안목으로 만 20세 미만의 어린 선수들에게 과감한 투자를 해왔기 때문으로분석된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이 모두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인 것에서도 일본의 성공이 어디에서 왔는 지를 잘 말해준다.

한국도 일본의 성공 사례에 자극을 받아 초등교와 중학교의 유망 선수들을 사전에 발굴해 육성하는 `꿈나무 사업'을 97년부터 연간 2억원씩 투자해 시행해오고 있으며 4년이 지난 올해부터 서서히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여자 중거리를 휩쓸며 꿈나무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가대표가 된 노유연(인천 간석여중)과 지난 7월 세계청소년대회 포환던지기에서 3위에 올라 사상 최초의 국제대회 메달을 안겨준 이민원(충북체고)도 모두 꿈나무 출신이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장인 양재성 대한육상연맹 부회장은 "앞으로 빠르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꿈나무 사업의 결실이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깊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폭' 이다.

유망 선수를 대상으로 집중 투자하는 것과 더불어 학교 체육을 근간으로 하는생활 체육이 강화돼 자질있는 어린 선수들이 육상의 `끈'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것.

아직은 세계 수준과의 격차가 현저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세계 무대로 성큼 올라서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한국 육상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폭과 깊이를 착실히 넓혀나가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에드먼턴=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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