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시계, 얇게 더 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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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신’, 즉 초박형 무브먼트를 만드는 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부품 수백 개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피아제]

‘컴플리케이션(complication)’.

‘무엇인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이 단어를 보고 사전적 의미 외에 다른 뜻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음, 그렇지 요즘 하이(high) 컴플리케이션이 인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최고급 시계 소비자, 혹은 이런 시계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다. 최고급 시계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며 이 분야에 대한 관심도 따라 늘다 보니 ‘컴플리케이션’이란 단어 하나만으로도 시계를 연상케 하는 것이다.

189개의 부품을 두께 2.4㎜로 구현한 ‘피아제 알티플라노 스켈레톤 울트라 신’의 무브먼트.

고급 시계 시장은 불황 속 호황을 누릴 정도로 성장세다. 지난달 롯데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을 기준으로 해 1.2% 오르는 데 그쳤지만 명품시계 분야만은 29% 성장을 기록했다. 가격 장벽이 높아 아무나 가질 수 없는데도 이렇다. 경제적 여력이 충분치 않아 실제로 살 수 없는 사람들도 관심은 많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스포츠카에 매료되는 소비자들처럼 말이다.

사정은 이렇지만 고급 시계 입문 과정은 쉽지 않다. ‘컴플리케이션’을 필두로 ‘투르비옹’‘퍼페추얼 캘린더’ ‘문페이즈’ ‘미닛 리피터’ 등 외국어 공부부터 해야 할 판이다. 관심을 갖는데도 노력이 필요한 분야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컴플리케이션 시계’는 별다른 게 아니다. 시계의 기본 기능인 시·분·초를 표시하는 것 외에 다른 기능을 더 탑재한 것이다. 영어 단어, 컴플리케이션이 따라붙는 이유다. ‘하이 컴플리케이션’이나 ‘울트라 컴플리케이션’은 시계의 부가 기능이 더 정교하고, 더 기술적이고, 더 예술적으로 완벽하거나 여러 기능을 한꺼번에 갖췄다는 얘기일 뿐이다.

고급 시계에 대한 대강의 서론은 여기까지다. 이제 막 고급 시계를 이해하기 시작했거나, 아는 체가 필요한 사람에겐 서론 보다 염두에 둬야 할 것이 트렌드다. 미국의 명품 전문 잡지 ‘미시간 애비뉴’는 최근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 중에서도 무브먼트가 아주 얇은 ‘울트라 신(ultra-thin)’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고 전했다. “부가 기능을 복합화한 시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것을 얼마나 더 우아하게 보이게 만드느냐가 시계 업계의 최대 화두”라는 소식도 덧붙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얇은 시계가 대세’라고 읽어 넘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새겨둬야 할 말이 있다. “‘울트라 신’이란 것 자체가 궁극의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복합 기능보다 제조 공정이 더 까다로워 만들 수 있는 시계 브랜드가 몇 안 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부가 기능보다도 ‘울트라 신’, 다른 시계보다 더 얇은 무브먼트 자체가 정말 중요한 ‘컴플리케이션’ 요소란 얘기다.

그래서 최고급 시계의 최신 트렌드, 울트라 신 시계를 살펴봤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무브먼트’로 기록을 여럿 세운 스위스 시계 브랜드 ‘피아제’를 따라서다.

◆ 투르비옹

컴플리케이션의 한 종류인 ‘투르비옹’은 시간의 오차를 없애는 장치다. 금속으로 이뤄진 시간 측정 장치, 동력 전달 장치가 지구 자기장의 간섭으로 수천분의 1, 수만분의 1초 오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고안됐다. ‘피아제 엠퍼라도 쿠썽 투르비옹 오토매틱 울트라 신’. 두께 5.55㎜에 불과한 무브먼트 ‘칼리버 1270P’가 장착돼 있다.

◆퍼페추얼

‘퍼페추얼 캘린더’는 오차없이 시간과 날짜를 계산해 내는 장치다. ‘피아제 엠퍼라도 쿠썽 퍼페추얼 캘린더’는 2100년까지 오차 없이 작동한다. 피아제가 자체적으로 디자인하고 개발·제작한 무브먼트가 쓰였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5.6㎜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인 855P를 쓴다. 케이스 뒷면이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돼 있어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문페이즈

달이 차고 기우는 모습이 손목시계 위에 구현되는 장치가 ‘문페이즈’다. 실질적인 쓰임새보다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컴플리케이션 요소다. ‘피아제 엠퍼라도 쿠썽 라지 문’에 쓰인 문페이즈에는 달의 분화구가 표현돼 있다. 지름 12㎜ 화이트 골드 플레이트가 쓰였다. 두께 6.1㎜의 860P 무브먼트가 장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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