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D 환자 10명 중 4명이 폐렴 … 예방 백신 맞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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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며느리가 손자 생일에 잔치를 한다며 부산을 떨기에 도와주려고 풍선을 불었어요. 그런데 숨이 너무 가쁘고 힘들더라고요. 담배도 끊은 지 몇 년 지났는데….”

 최근 병원을 찾은 60대 초반의 남성은 근심이 가득했다. 폐 기능을 측정한 결과 2기(중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었다. 이 남성은 평소 풍선을 불 일도 없고, 운동도 거의 하지 않던 탓에 폐 기능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 폐 기능이 급격히 떨어진 건 30년 넘게 피워 온 담배 때문이었다. 몇 년 전 금연했다지만 폐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인 COPD가 남았다.

 COPD는 유해한 입자나 가스의 흡입으로 기관지에 염증이 생겨 점차 호흡곤란이 생기는 질환이다. COPD도 다른 만성질환처럼 소리 없이 찾아온다.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폐의 손상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한 번 손상된 폐는 건강하게 회복되지 않는다.

 이런 COPD 환자의 특징 때문에 치료하는 데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다. 하나는 환자의 폐 기능을 장기적으로 호전시킬 수 있는 약물이 없다는 점이다. 나머지는 치료에 있어 많은 비용이 든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선 COPD 환자가 의료보험으로 지출하는 연간 비용이 일반 환자보다 2.5배 많았다.

 특히 COPD 환자는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호흡이 곤란해지면 활동량이 줄고, 체력 감퇴와 우울증이 동반된다. 나아가 심혈관질환·골다공증·당뇨병 같은 대사질환도 발생한다.

 합병증 중 가장 위험한 것은 폐렴이다. 폐 기능이 떨어지면 세균 감염으로 인한 폐렴의 발생 가능성이 증가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COPD 환자 10명 중 4명이 폐렴에 걸린다. 사망률도 COPD가 없는 사람이 폐렴에 걸렸을 때보다 훨씬 높다.

 소리 없이 찾아오는 COPD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증상이 없다고 해서 COPD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45세 이상 남성이 20년 이상 매일 한 갑씩 담배를 피우면 10명 중 4명은 COPD에 걸린다. 담배를 끊어도 조기 진단을 위해 반드시 정기적으로 폐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문화식 이사장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이미 COPD 진단을 받았다면 폐렴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 권장되는 방법은 폐렴구균 예방백신 접종이다. 요즘처럼 한창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을 때 폐렴구균 백신도 함께 접종하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모든 사람이 COPD 같은 만성호흡기질환으로부터 벗어나 건강한 호흡을 할 수 있도록 파란풍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손자에게 풍선쯤은 쉽게 불어주는 건강한 할아버지가 넘치는 사회를 만드는 게 캠페인의 목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금연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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