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는 지금 체질 개혁 작업 중…서비스업·민영기업서 성장동력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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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허판

“굳이 성장이냐, 분배냐를 놓고 따진다면 시진핑 체제의 경제 정책은 분배 쪽에 가까울 겁니다. 임금 인상을 통해 소외된 노동자들의 복리를 높여주고, 국유기업의 독점을 깨 민영기업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등의 ‘공평 컨센서스’가 정부 내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허판(何帆·41)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부소장(교수)은 “지금 중국에서는 1978년 단행된 개혁개방 정책에 버금갈 만한 체질 개혁 작업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 경제의 겉이 아닌 속을 보라’는 주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개최한 ‘2013년 아시아·세계 경제전망’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시진핑은 성장을 외면할 것이라는 얘긴가.

 “그렇지 않다. 경제 체질을 바꾸자는 것이다. 올 상반기 투자를 보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국유기업보다는 민영기업이, 동부지역보다는 중·서부 지역이 월등히 높았다. 이는 중국경제가 내수시장 확대, 민영기업 지원, 중·서부 지역의 도시화 추진 등에서 성장의 동력을 찾겠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경제 체질 개혁의 핵심이다.”

 -소비는 민간의 영역이다. 정부 주도로는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중국 정부는 환경 조성에 치중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근로소득을 높여주고, 의료·교육·양로 등 사회보장 제도 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임금이 매년 20% 안팎 오르는 이유다. 산업별 투자를 보면 답이 나온다. 서비스 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 분야를 보면 올 상반기 투자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30% 늘었다. 이 밖에 통신·물류·교육·의료 등 산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 소비가 성장을 이끌어가는 구조로 성장 패턴을 바꾸겠다는 좐벤(轉變)정책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 시대’는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올 것이다. 한국 기업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7.4%였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5% 이하로 떨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시각이다. 낮은 성장률이 경제구조 개혁에 도움이 될 것이기에 이뤄진 ‘의도된 숨 고르기’의 성격이 짙다. 성장률 저하는 해외 요인이 30%이고, 나머지 70%는 국내 문제 때문이다. 경제 구조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그게 바로 중국 정부가 경제 체질 개혁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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