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프로야구 KS] 세월은 갔어도 녹슬지 않은 이승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이승엽이 한국시리즈 6차전 4회 3타점 3루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엽(36·삼성)이 전력 질주했다. 1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속도’였다. 3루에 도달한 이승엽은 삼성 팬들을 향해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다. 올 시즌 이승엽이 펼친 가장 화려한 세리머니였다. 이승엽과 삼성 팬이 10년을 기다려온 바로 그 장면. 2012년 한국시리즈(KS)의 종료를 알리는 몸짓이었다.

 이승엽은 올 KS에서 희로애락을 모두 겪었다. 지난달 24일 대구에서 열린 KS 1차전, 1회 초 결승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지난 2002년 LG와의 KS 6차전 마지막 타석 때 쳐낸 극적인 동점 3점포 이후 10년 세월을 뛰어넘은 KS 연타석 홈런이었다.

 하지만 한순간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29일 열린 KS 4차전에서는 0-0이던 4회 초 2루에 있다가 최형우의 우익수 뜬공을 안타로 착각해 횡사했다. 이승엽은 “나 때문에 졌다”며 심한 자책에 휩싸였다.

 항상 그랬듯 이승엽은 다시 일어섰다. 지난달 31일 5차전에서 1-0이던 3회 초 상대 우익수 임훈의 실수를 파고든 공격적인 주루로 추가 득점을 올렸다. 2-1로 쫓긴 4회 말에는 2루수 조동찬의 악송구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호수비로 삼성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6차전, 이승엽은 자신의 장기인 장타력과 ‘투지의 상징’인 주루로 다시 빛났다. 이번 KS 성적은 타율 3할4푼8리(23타수 8안타) 1홈런 7타점. 생애 첫 KS 최우수선수(MVP)의 영광도 그의 차지였다. 2004년부터 8년 동안 일본에서 뛰다 한국 무대에 복귀한 첫해. 이승엽은 늘 “우승팀에 들어왔다. 내가 와서 우승하지 못하면 안 된다. 그걸 해내지 못하면 국내 복귀한 의미가 줄어든다”고 했다. 경기 종료와 함께 이승엽은 동료들과 진한 포옹을 나누며 기쁨을 만끽했다. 삼성이 첫 KS 우승을 차지했던, 2002년 6차전이 끝난 뒤 선배들과 얼싸안던 모습이 오버랩됐다. 당시 스물여섯 청년은 KS 20타수 2안타의 부진을 딛고, KS 6차전 동점 홈런을 쳐냈다. 서른여섯이 된 그의 위력은 여전했다. 10년 세월이 흘렀지만 이승엽은 여전히 그라운드의 주인공이었다.

하남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