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할 자격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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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방의회들이 앞다퉈 내년도 의정비 인상을 추진함에 따라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의정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의정비를 올린다면 시비를 삼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매년 이맘때가 되면 반복되는 의정비 논란을 보면 의원들이 염불보다 젯밥에만 관심이 있는 것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국 244개 지방의회 중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는 곳은 모두 60여 곳이다. 인상 이유는 “최근 수년간의 물가상승률과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최근 의정비를 8.6% 인상해 달라는 요구안을 경기도에 보냈다. 이 요구안이 관철될 경우 경기도의회 의정비는 6482만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 된다. 의정비 수준을 높여놓아야 능력 있는 인물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것이란 논리를 반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건 의원들에게 의정비 인상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도 감안돼야 한다는 점이다.

 해당 의회들 가운데 상당수가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갈등으로 파행 운영을 빚었던 곳들이다. 경기도 부천시의회는 의원끼리 주먹다짐을 벌였으나 의정비에 대해선 주민 설문조사 결과까지 무시하고 인상을 추진했다. 자리 다툼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의원들이 의정비 인상엔 손을 잡은 것이다. 더욱이 지방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못 미치는 지자체가 전체의 88.5%(2011년 기준)에 이른다. 지자체들이 무분별한 전시성 사업 등으로 부도 위기에 몰린 마당에 이를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지난주 국민권익위원회 발표에선 일부 의원들이 업무추진비를 유흥주점이나 가족 외식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서민들은 경기 악화 속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방의회도 고통을 함께하는 차원에서 의정비 인상보다 주민들을 위해 어떻게 의정활동을 펼지 고민할 때다. 현재 12개 의회에 그치고 있는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조례부터 제정해야 할 것이다. 의원들이 시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지방의회 무용론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