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앞서 결과 미리 설명해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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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가 짧은 옷을 입어보고 싶었는데..."

화상 자국을 없앨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찾아온 환자에게 성형수술을 해준 병원이 비록 의료상 과실은 없더라도 수술에 앞서 결과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50대 가정주부 A씨는 16세때 입은 화상으로 팔에 큰 흉터가 남았다.

A씨는 이후 남들의 시선 때문에 한 여름에도 긴 소매의 옷밖에 입을 수 없었다.

그렇게 30여년을 살아온 A씨가 유명 대학병원인 S병원 성형외과를 찾은 것은 지난 95년.

A씨는 "흉터제거수술만 하면 경미한 흉터만 남아 다른 사람이 알아 차릴 수 없을 정도가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제 짧은 소매 옷도 입을 수 있겠구나" 기대에 찬 A씨는 수술을 결심하고 2차례 입원, 수술을 받은 뒤 98년까지 3년여동안 수차례 통원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뜻밖이었다.

수술 부위에 크고 작은 여러 자국이 남아 A씨로서는 수술전보다 나아졌다고 볼 수가 없었다.

낙담한 A씨는 결국 99년 병원측을 상대로 4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민사항소1부(재판장 이동명 부장판사)는 5일 "병원측은 A씨에게 1천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원측이 수술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A씨에게 수술 전후 상태를 비교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단순히 수술을 하면 흉터 부위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후 개선 상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환자가 치료를 받을 것인지 선택토록 할 의무가 있다"며 "이같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가 선택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원치 않는 결과가 발생했다면 정신적 고통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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