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의 대완착으로 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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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1국
[제6보 (109~121)]
白·중국 胡耀宇 7단 | 黑·중국 王 磊 8단

지나고 보면 "아! 그때가 결정적인 순간이었구나"하고 자탄하는 것이 인생이다. 바둑도 똑같다.

후야오위7단은 대마가 깨끗이 수습되자 너무 기분이 편해진 나머지 112에 수비하고 만다. 이런 정도면 이겼다고 방심한 것인데 바로 이때가 胡7단으로선 승리를 다질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참고도' 백1로 귀를 먼저 차지하는 수가 필승의 한 수였다.이 한 수로 흑의 본집이라 할 수 있는 우상방의 흑진은 큰집을 기대할 수 없다.

백112가 두려워 한 것은 흑2,4로 나와 끊는 것인데 이것은 다른 좋은 수도 있지만 머리 쓸 것도 없이 줘버리면 된다. 바로 5부터 죽죽 밀어 백 석점을 버리는 것이다.

20세의 胡7단은 최근 스타로 떠올랐지만 아직은 경험이 많지 않다. 그것이 112라는 대완착으로 나타났다. 반면 훨씬 노련한 王8단은 기회가 도래하자 빠르게 113 지키며 우상을 거저 삼켰다.

114도 115에 먼저 밀고 좌상부터 지켜야 했는데 후야오위는 머뭇거렸다. 선수를 잡은 王8단이 117에 뛰어들면서 이 판의 흐름도 크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틈을 노리던 왕레이가 순발력있게 판을 흔드는 데 성공하면서 이제 바둑은 먼지 자욱한 혼돈의 무대로 변했다. 우선은 좌상의 싸움인데 흑은 단순한 삶이 아니라 외곽의 백을 통째 잡으려 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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