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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상 특수 기대한 파주,"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는꼴"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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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수조원대의 토지보상비가 풀린다기에 기대를 많이 했죠. 요즘 같이 거래가 없을 때는 큰 호재에요. 아무래도 목돈을 쥔 지주들이 대토 등 재투자에 나설 테니까요. 그런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해요.”

경기도 파주시 운정3택지개발지구 주민 보상이 시작됐지만 주변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썰렁하다. 보상금 특수를 기대했던 주변 부동산 시장에서는 한숨만 나온다.

수조원대의 보상금이 풀리면 일부는 주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게 마련이다. 이 덕에 대규모 사업지 보상이 시작되면 주변 부동산 시장에 큰 장이 선다. 보상금으로 대토를 마련하거나, 목돈을 쥔 원주민이 집을 사려는 경우가 늘기 때문이다.

보상금 효과 온데간데 없어

하지만 운정3지구 주변은 이런 특수가 없다. 지역 중개업소들은 “보상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토지매매계약이 시작된 이후 약 700건이 계약됐다.

이들의 보상비만 5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LH 파주직할사업단 관계자는 “다른 택지개발지구와 별 차이 없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속사정을 그렇지 못하다. 빚에 쪼들린 일부 주민이 한시라도 빨리 보상금을 받기 위해 몰려들고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보상가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며 대규모로 보상가 수용재결(보상가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상가가 적다며 보상을 거부하는 것이다. 운정3지구 보상가는 3.3㎡당 평균 117만7000원으로 2004년 보상이 진행된 인근 운정1지구 보상가(3.3㎡당 126만3000원)보다 적다. 보상가가 공시지가보다 낮은 경우도 있다는 게 주민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설명이다.

LH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철역과 떨어져 있는 등 입지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운정1지구와 감정가에서 차이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지가보다 낮은 것은 파주시가 개발계획 승인 이후 공시지가를 너무 많이 올린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보상가에는 개발이익을 반영할 수 없고 보상기준 가격도 개발계획 승인 당시인 2008년 표준지 공시지가라는 것이다.

▲ 경기도 파주시 운정3지구 전경.

운정신도시 등 주택시장도 썰렁

LH의 사업 재조정 등으로 보상 자체가 늦어지면서 보상금을 믿고 대토 등을 미리 사 빚더미에 오른 원주민 푸어가 많은 데다 보상가까지 당초 기대를 밑돌면서 주변 부동산 시장은 한숨만 쉬고 있다. 심지어 보상금 유치에 나섰던 금융권도 현장에서 철수했다.

인근 운정신도시 A공인 관계자는 “미분양이나 중개업소에 쌓은 매물이 다소 팔려나갈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거래가 안된다”고 전했다. 운정신도시 전용 84㎡형 아파트 가격은 3억~3억3000만원 선으로 지난해 말보다 3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미분양 물량도 중대형 위주로 많이 남아 있다.

보상이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은 데다 보상 신청을 끝낸 원주민도 일단 대출금과 이자를 갚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장은 인근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하지만 내년께에는 인근 주택 시장 등이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다. 토지보상 현금과 채권이 처음에는 은행권으로 들어가겠지만 그 뒤에 주택이나 상가 등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 팀장은 “올해는 쉽지 않고 내년 상반기쯤 보상금이 주변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운정3지구는 698만㎡ 규모로 주택 4만여 가구가 들어선다. 2008년 개발계획이 나왔지만 LH 부채 등으로 보상이 지연됐다. LH는 보상이 마무리 되는대로 부지조성 공사를 시작해서 2017년 12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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