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김정일에 맞설 대통령은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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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대선은 보기드문 전장이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은 3김이 출전하지 않는 첫 선거전이다. 경제는 침체되고 햇볕정책도 오락가락하는 사이(주변 강국들의) 엄중한 시선과 보혁갈등 속에서 정권 탈환이냐, 재창출이냐를 놓고 사생결단이 벌어질 참이다. 위기심화와 비전결여에 대한 정치무감각 속에서 유권자들의 변화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된 상태다. " (252, 101쪽)

대선 분석서 『박근혜가 정몽준을 만날 때』는 책 제목이 그럴싸하다. 무언가 새로운 정치판에 대한 유권자 대중의 기대심리를 상징하는 말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사람의 이름은 책에서 언급되는 17인의 대선주자 중 '이부영이 김근태를 만날 때' 식으로 바꿔읽어도 무방하다.

혹시 책이 가십성 정보의 짜깁기거나, 정치 혐오증을 부추기는 흥미위주의 파워게임 감상법에 불과했다면, 이 신간은 정보공해로 치부됐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균형잡힌 정보가 상당수라서 단순한 '대선 기상도 관측' 수준을 넘어선다.

우선 주변 강국의 이해관계를 성찰하는 시선이 주목된다. 책은 '부시와 김정일을 상대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차기 대통령은 누구인가' 에 초점을 맞춘다. 부시행정부 이후 한반도 주변에 '미.일 대(對) 북.중.러' 의 신 냉전구도가 형성돼 있고, 이것을 효율적으로 대처할 리더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한.미간 균열은 '박정희 이후 가장 심각한 상태' 인데, 이 상태에서 미국은 미국의 포용정책의 틀을 벗어났다고 판단한 햇볕정책에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반면 '대선의 대주주' 이기도 한 김정일은 눈에 띄는 오차없이 서울과 워싱턴을 저울질하고 있다. 햇볕정책의 향배와 김정일 답방은 대선구도의 핵심변수라는 것이 책의 분석이다.

한반도 주변분석과 함께 이 책이 대선이라는 선택을 바라보는 시선은 능동적이다. "지도자를 우리 손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경제를 회생시키고 개혁을 지속할 수 있는 인물을 찾자" 는 권유다. 대선주자 후보군의 감별을 위해 마케팅 분석기법을 빌리고, 전략대안과 시뮬레이션을 도표로 처리한 것도 판단에 도움이 될 법하다. 물론 특정 주자에 대한 선호 따위의 편견은 가미시키지 않았다.

책은 대선을 4개의 예상 시나리오로 정리하고 있다.

① 3김 청산을 내세우는 이회창 대세론에 맞서 공동이익을 노리는 3김이 극적으로 연합해 제3의 인물을 옹립해 대결하는 경우의 수.

② 3김, 여권 대 야권, 개혁 대 보수 등이 엉켜 사분오열하는 춘추전국 시나리오. 이 경우 누가 이겨도 여소야대 대통령이 나오고 2004 총선 정도에 새 정치지형이 형성된다.

③ 2여에 대항해 단결을 유지한 1야가 3파전을 형성한다.

④ 남은 마지막 시나리오는 현 대통령의 갑작스런 유고 상황의 가정. 자민련 대통령의 대행체제가 유지되면서 불안 속의 안정욕구가 커지면서 대선에서 보수정권이 등장한다.

이번 신간은 인터넷 정치사이트 아이워치코리아(http://www.iwatch.com) 소속 3명이 집필했다. 내일신문 기자 출신인 30대 연배의 김세현.김혁과 정승민이 참여했다.

아쉽다면 좀더 장기적인 아젠더 위주로 편집이 돼있어야 했다는 점이다. 정치 가십기사의 단골용어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거듭 등장하는 것도 눈에 거슬린다.

대선관련 정치인 17인은 고건.김근태.김덕룡.김중권.김혁규.노무현.박근혜.손학규.유종근.이부영.이수성.이인제.이한동.이회창.정동영.정몽준.한화갑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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