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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농구도 경기 조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부산의 한 중학교 농구부 코치 A씨(40)는 지난해 5월 27일 대한농구협회 심판위원장 정모(60)씨의 차명계좌로 100만원을 송금했다. 이튿날 경남 사천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 중등부 농구 경기에서 “자신과 친한 B씨(31)가 심판을 맡게 해달라”는 청탁 전화를 건 직후였다. B씨는 해당 경기 심판이 됐고, A코치가 이끄는 팀은 이 경기에서 서울의 한 중학교를 상대로 45대37로 이겼다. 경기가 끝난 뒤 A코치는 B심판에게 “목욕이나 하시라”며 100만원을 건넸다. 월급이 150여만원 정도인 A코치는 평소 선수 부모들로부터 매달 수십만원씩 회비를 거둬 두었다가 심판 매수에 필요한 비용으로 썼다.

 부산지방경찰청 수사과는 2008년부터 5년간 전국체전 등 국내 25개 아마추어 농구대회에서 경기조작을 목적으로 2억4600만원을 주고받은 혐의(업무상 배임)로 대한농구협회 소속 심판과 전국의 각급 학교 지도자 등 모두 73명을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78명은 협회와 교육청에 기관 통보했다. 감독과 코치 중에는 국가대표 출신 3명이 포함돼 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초·중·고 대학 및 실업팀 감독과 코치는 보통 팀 성적에 따라 1년마다 재계약을 한다. 이 때문에 팀 성적을 올려야만 하는 지도자들이 심판 매수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뇌물은 심판 배정권을 갖고 있는 농구협회 소속 정모(60) 심판위원장과 김모(48) 간사에게 집중됐다. 두 사람은 “특정 심판을 배정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차명계좌를 통해 1억6300여만원을 전달받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기에 투입된 심판들은 정당한 몸싸움을 파울로 만드는 등 경기조작의 대가로 5700만원을 받았다. 심판 매수가 횡행하자 일부 감독은 “판정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며 협회 부회장 진모(62)씨에게 2600여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일부 심판들은 경기조작 뒤 감독과 코치 등에게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우승팀 지도자에게 ‘축승금’(우승 사례금)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심판들은 기본급 30만~80만원, 경기당 2만5000원에서 6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 저임금 때문에 이 같은 유혹에 쉽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같은 심판 매수가 실제 경기 및 승부조작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경기 기록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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