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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표시 이머징마켓 국채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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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요즘 신문을 보면 ‘채권 시대’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2012년 하반기 가장 각광받는 투자처는 명실공히 채권이다. 일부 선진국 국채 금리가 역사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선진국이 높은 부채 부담을 안고 있는 현재의 상황하에서 투자자의 선택은 단연 선진국 채권보다는 신흥국 시장(이머징마켓) 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신흥국 시장은 최근 20년간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었지만 투자자의 관심은 대부분 채권보다는 주식에 치중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저금리 환경하에서 투자자가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이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채권 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최근 신흥국 시장 채권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신흥국 채권이라고 다 같은 채권이 아니다. 신흥국 채권은 크게는 국채와 회사채로 나뉘는데, 국채는 발행 통화별로 또다시 ‘미 달러 표시 국채’와 ‘현지통화 표시 국채’로 나눌 수 있다. 현지통화 표시 신흥국 국채의 시가총액은 약 1조4060억 달러로 달러 표시 신흥국 국채(약 4950억 달러, 2012년 5월 말 기준)보다 크다. 발행 주체의 다양성, 현지통화 환율의 불안정성 등의 이유 때문에 현지통화 표시 국채보다는 달러 표시 국채의 자금 흐름이 더 활발한 편이다.

 미 달러 표시 신흥국 국채는 세계 주요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낮아 증시 대비 안정적이고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세계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인 것과 반대로 미 달러 표시 신흥국 국채 시장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변동성을 보였다. 또한 지난해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유럽의 재정위기 이슈에도 달러 표시 신흥국 국채는 주식에 비해 훨씬 낮은 변동성을 보이면서도 주식에 버금가는 높은 성과를 나타내 시장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달러 표시 신흥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한 이유 중 하나는 이 채권이 지속적으로 리레이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머징 국채의 신용등급이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는 것과 그 궤를 같이한다. 현재 신흥국 국채 내 투자등급 채권의 비중은 2012년 5월 말 기준으로 64.07%이며 현재도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달러 표시 이머징마켓 국채는 세계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징 차원에서도 고려할 만한 투자자산이다. 달러 표시 국채를 발행하는 대부분이 원자재 수출 국가이기 때문에 국채 가격 및 스프레드와 글로벌 원자재 간의 상관관계가 높은 편이다. 달러 표시 국채를 발행하는 상위 5개국의 비중은 전체의 약 50%(2012년 5월 기준)에 달하는데 원자재 수출국으로 알려진 러시아, 베네수엘라, 브라질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과거에는 국가별 국채의 상관관계가 낮게 나타났지만 지역별 고유 리스크가 안정되면서 상호간의 상관관계가 안정적이다.

 최근 투자자의 투자 경향을 보면 유럽 국채 위기 이후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과 각국 정책 공조로 인한 저금리 기조로 인해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해외 채권형 상품, 그중에서도 신흥국 국채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선진국 국채의 사상 최저 수준의 수익률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신흥국 채권 등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는 채권 자산군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후준비를 위한 안정적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꾸준히 높은 이자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는 신흥국 국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