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기를 흔드는 갤러리 사이로 걸어가는 박인비(24)의 모습은 홀로 적지에 뛰어든 장수처럼 보였다.
26일(한국시간) 대만 양메이의 선라이즈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라이즈 LPGA 타이완 챔피언십 2라운드. 박인비(24)가 청야니(23·대만)와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두 선수는 나란히 3언더파를 쳤지만 박인비는 중간합계 10언더파 공동선두, 청야니는 8언더파 공동 3위로 전날보다 한 계단 밀렸다. 박인비는 수잔 페테르센(31·노르웨이)에게 공동선두를 내줬지만 이틀 연속 선두를 질주했다.
박인비의 출발은 불안했다. 안방에서 2연패에 도전하는 청야니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팬들의 기세에 눌린 탓인지 4번 홀(파3)에서 이 대회 첫 보기가 나왔다. 하지만 박인비는 6번 홀(파5)에서 2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더니 9번 홀(파5)까지 4개 홀 연속 버디쇼를 펼쳤다. 이후 후반 들어서는 17번 홀(파4)의 보기를 18번 홀(파5) 버디로 만회해 순위 추락을 막았다. 박인비는 “청야니를 응원하는 갤러리가 많아 내 경기에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인비가 이틀 연속 선전을 펼치면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1966년 처음 이 상이 제정된 뒤로 한국인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현재 박인비는 올해의 선수상 랭킹 2위(144점)에 올라 있다. 1위 스테이시 루이스(27·미국·184점)와는 40점 차다. 공교롭게도 루이스는 이번 대회 직전 기권했다. 박인비가 이 대회 우승으로 포인트 30점을 챙긴다면 남은 대회에서 역전도 가능하다. J골프가 27~28일 대회 3, 4라운드를 오후 3시부터 생중계한다.
양메이(대만)=김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