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SW업체들 국내시장서 `펄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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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경기 침체로 IT산업 전체가 불황을 겪고있지만 외국계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은 국내에서 매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지사의 경우 지난해 7월 1일부터올해 6월 30일까지 2001 회계연도 매출이 당초 예상했던 2천400억원을 초과한 2천7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2000 회계연도의 1천602억원에 비하면 무려 68.5%나 급증한 것이다.

MS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2001 회계연도에 253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 회계연도의 229억6천만달러에 비해 10% 가량 신장했다.

한국시장에서 MS의 이같은 실적 호조는 지난 3∼4월 실시된 정부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에 결정적으로 힘입은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한국MS측은 "기업 서버용 분야에서 100% 가량 높은 성장을 기록한 것이주원인이고 불법복제 단속으로 인한 일반인용 제품 판매는 3월 한달간 반짝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 오라클의 한국지사도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인 2001 회계연도 매출이 전년도의 1천300억원에 비해 53.8%증가한 2천100억원을 기록했다.

오라클은 전 세계 시장에서 2001년 회계연도에 110억달러를 기록, 2000년도의 101억원에 비해 약 9% 성장했다.

오라클과 함께 기업용 소프트웨어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독일 기업인 샙(SAP)의 한국지사도 올들어 상반기 매출이 작년대비 100% 가량 증가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샙은 올 상반기 매출이 전 세계 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24% 신장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20% 늘어났다.

이들 3개 소프트웨어 업체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IT 산업이 극심한 침체 국면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할때 견실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있으며 특히 한국시장에서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들 외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국내실적 급증은 한국 경제가 IMF(국제통화기금)사태를 겪으면서 기존 굴뚝산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IT 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시작된 99년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국MS의 최근 회계연도별 매출을 보면 96년 446억원, 97년 598억원, 98년 518억원, 99년 1천71억원, 2000년 1천602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오라클은 96년 642억원, 97년 830억원, 98년 932억원, 99년 844억원 2000년1천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들어 국내 SI(시스템통합) 분야의 대기업이나 기업용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이 불황으로 저조한 실적에 허덕이고 있는 반면 이들 외국 소프트웨어 업체는 호조를 보임에 따라 국내 IT산업이 지나치게 외국 기업에 종속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IT산업이 발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은 외국 기업들에 종속돼 있는 실정으로 국내 업체들의 경우 외국 기업의 틈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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