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찍은 KBS「드라마시티」'배달의 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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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드라마시티」는 29일 밤 10시40분 국회에서 촬영한 정치풍자극 한 편을 선보인다.. 국회운동장, 의원사무실, 도서관 등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배달의 기수'(극본김균태. 연출 이교육) 가 그것. 국회에서 본격적인 드라마 촬영이 이뤄진 것은 국내에서 최초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아내와 치킨점을 운영하는 주인공 김기수는 여야 보좌관들이 벌이는 한강둔치의축구시합장으로 배달을 갔다가 우연찮게 뛰어난 축구실력을 발휘한 뒤, 여당 보좌관들에게 스카우트된다.

항상 야당에게 고배를 마시던 여당 보좌관들은 김기수의 뛰어난 활약으로 시합에서 이기게 되고, 그에게 당적을 부여한 뒤 정식선수로 등록시킨다. 이에 김기수를부정선수라고 비난하던 야당 보좌관들 또한 축구선수 출신 특기자를 기용하면서 화합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대기업의 영업사원이었다가 회사가 망하면서 직장을 잃어 낙담하고 있던 김기수는 자신을 추켜세워주는 여당보좌관들의 말에 쉽게 흥분하면서, 그들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성공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야당을 격파하기 위해 온갖 부정행위를 저지른 끝에 결국 경기를 과열시켰다는 죄명으로 쫓겨나게 된다.

국회를 배경으로 위선적인 정치인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비틀어 보여주는 정치풍자드라마. 섭외는 의외로 쉽게 이뤄졌다고 한다. 제작진은 애초에 세트에서 촬영할 생각을갖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회를 찾아갔으나, 뜻밖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더라는것. 개성있는 연기자 권해효가 주인공 김기수 역을 맡았으며, 올해 공연된 모노극「진실」에서 연출자와 배우로 만났던 박광정과 강신일이 각각 여야보좌관 역을 맡아연기대결을 펼친다. 서울국제연극제와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바 있는 강신일에게는이 드라마가 TV데뷔작. 이밖에도 이상아, 정원중, 은원재 등이 출연하며, 개그맨 김경식, 탤런트 유태웅 등이 카메오로 등장한다.

연출자 이교욱PD는 지난해말 강한 실험성으로 관심을 모았던「인디드라마-동시상영」을 제작한 바 있으며, 어린이드라마「누룽지 선생과 감자 일곱개」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PD는 "김기수를 통해 우리사회의 중추인 30대의 현실을 가감없이 그리려고 했으나, 국회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강한 정치성을 띠는 드라마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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