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국제수영연맹 `캥거루' 행정 망신

중앙일보

입력

`선수는 일류, 협회는 3류' 관료주의와 폐쇄성으로 이름난 국제수영연맹(FINA)이 후쿠오카에서 사고의 연속이다.

지난 22일 세계선수권 경영 첫날 남자계영 400m에서 동메달을 딴 미국의 한 멤버가 엔트리에 없다는 이유로 메달을 박탈해 반발을 사더니 24일에는 EPO, HGH 등 `첨단약물'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물의를 빚었다.

약물검사와 관련, FINA는 "EPO 검사는 채혈 후 2시간내에 해야되는데 주위에 마땅한 시설이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FINA가 말할 필요도 없고 또 해서는 안 될 사안을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밝히자 이안 소프(19.호주)를 비롯한 선수들은 "한심하다"고 입을 모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나이 어린 소프의 발언에 대해 FINA 사무총장이란 어른이 "선수는 경기에만 열중하라"고 곧바로 쏘아붙인 것. FINA의 `대책없는' 행동은 25일 밤 여자계영 800m 소동을 통해 정점에 이르렀다.

실격 판정을 놓고 오락가락하다 잇따라 말을 바꾼 끝에 순위 결정과 메달 시상식을 연기한 것. 문제는 1위팀 호주 선수가 꼴찌팀 이탈리아 선수가 골인하기 직전 우승 헹가레를 위해 물속으로 뛰어든 데서 비롯됐다.

FINA는 호주팀의 행동이 경기방해에 해당된다며 실격처리하고 2위 미국팀 역시한 선수가 턴을 할 때 터치패드를 건드리지 않았다며 미국의 은메달까지 박탈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의 실수를 지적했던 심판이 "비디오를 틀어보니 턴에서 실수가 없었다. 선수가 너무 부드럽게 패드를 건드려 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는 바람에 결정을 `없었던 일'로 뒤집었다.

이에 대해 호주는 "호주가 5번, 이탈리아가 7번 레인이라서 방해가 안 된다"며"우승팀이 뭐가 아쉬워 꼴찌의 레이스를 방해하겠느냐"고 반문하고 "FINA는 마치 캥거루같은 단체"라고 질타했다.

한 더위먹은 심판 때문에 또다시 실격패 위기에 처한 미국의 AP 통신은 "세계대회에서 보기 드문 한편의 코미디"라며 FINA의 행정력을 비꼬았다.(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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