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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학습효과 … 박근혜, 400만 충청 표에 러브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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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남권에서 압도적 의석(67석 중 62석)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과 충청지역에서 2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통일당(선진당)이 대통령선거를 55일 앞두고 합당을 선언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이인제 선진당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두 당은 하나”라고 발표했다. 두 대표는 “건전한 가치관과 정체성을 공유해온 우리 두 당이 하나가 돼 시대의 소명에 부응하고 국민 여망을 받들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오래전부터 정치권에 떠돌던 ‘보수연합’ 구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새누리당과 선진당은 조만간 정당법상 합당 절차(각 당 의사결정기구 의결 등)를 완료할 계획이다. 새누리당 149석에 선진당 4석을 합쳐 전체 의석 수(300석)의 절반이 넘는 153석이 된다. 당명은 ‘새누리당’을 계속 쓴다. 새 이름의 당이 나오는 ‘신설 합당’이 아니라 선진당이 새누리당 안으로 들어가는 정당법상 ‘흡수 합당’의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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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후보는 이날 ‘2012 간호정책 선포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선진당이) 힘을 합해줘 진심으로 기쁘고 감사드린다. 국민이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많은 힘이 돼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그간 선진당과의 합당 카드에 대해 신중론을 편 인사들도 있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나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정치쇄신’을 놓고 경쟁을 하는 판국에 ‘보수연합’ 구상은 박 후보 이미지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대선 후보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을 수 있는 사람은 다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이회창 후보는 1997년 대선 때 충청권에서 영향력이 컸던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제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다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 결성되는 걸 구경만 해야 했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에 의표를 찔린 뒤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에 결정타를 맞았다. 두 번의 선거에서 모두 충청권을 내줬고, 그 결과는 두 번의 좌절로 나타났다. 당시 이회창 후보를 도우면서 이를 지켜본 박 후보로선 결국 당내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인 셈이다.

 양당 합당 시 역풍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표에는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DJP 연합 때도 초반엔 진보진영 내에서 강한 반발이 있었으나 실전에선 결정적 도움이 됐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충남 예산 출신이던 이회창 후보를 충남에서도 48.3% 대 23.5%로 꺾었다.

 공교롭게 두 번의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낙선에 기여한 인사들이 박근혜 후보의 주변에 모이게 됐다. 한광옥 국민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김용환 당 상임고문은 DJP연합 협상을 타결 지은 당사자다. 정몽준 선대위원장은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승부에 응해 이회창 후보의 낙선에 기여했다.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을 탈당해 이회창 후보 낙선에 또 다른 계기가 됐던 이인제 선진당 대표까지 이제 박 후보 진영에 승선했다.

 역대 대선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은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됐다. 1992년 이후 대선에선 충청권에서 승리한 자가 대선에서 늘 승리해 왔다. 19대 총선 때 충청권 유권자는 전국 유권자(4018만)의 약 10%인 398만1984명. 광주·전남북(411만 명)과 비슷한 규모다.

 현재 충청권 지지율 1위는 박 후보다. JTBC·리얼미터가 23~24일 1500명(대전·충청 1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다자대결 시 충청권에서 51.3%로 안 후보(22.5%)와 문 후보(16.5%)를 크게 앞섰다. 지난주 19일 조사(박근혜 42.3%, 안철수 29.3%, 문재인 23.0%) 때보다 9%포인트가량 지지율이 올랐다. 선진당과의 합당 추진 사실이 알려진 게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당분간 박 후보가 충청권에서 ‘합당 허니문 효과’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표는 하지만 “보수통합에 대한 반감으로 일부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전국 지지율엔 별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리서치앤리서치(R&R) 배종찬 본부장은 “선진당의 정당 지지도가 1%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틀에선 지지율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며 “보수 대통합이란 상징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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