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공중파 TV 활동 재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말 '섹스 비디오' 파문후 은거생활을 해온 가수 백지영이 최근 새 음반 발표를 계기로 케이블TV와 라디오 등을 통해 조심스럽게 활동을 재개한데 이어 마침내 공중파 TV 방송에도 얼굴을 내민다.

오는 8월 5일 방송될 SBS의 가요프로그램「메모리스」(매주 일요일 밤 12시 30분)에 출연키로 한 것. 「메모리스」가 심야시간대에 방송되는 성인 대상 가요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백씨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뒤 처음으로 출연하는 공중파TV 프로이기 때문에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백지영은 1~2곡의 노래를 부른 뒤, 사회자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선에서 방송출연을 마무리할 예정. SBS측은 이번 방송을 백지영의 본격적인 TV 출연이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시험대로 생각하고 있다.

SBS 배철호 예능국장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기위해 조심스럽게 녹화를 시도해보는 것"이라며 "「메모리스」가 심야에 방송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국장은 또 "아직까지는 10대 대상의 가요프로그램에까지 백지영을 출연시킬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백지영의 SBS 출연은 KBS와 MBC 양 공중파 방송사에도 백지영의 출연여부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방송사의가요프로그램 담당 CP들은 아직 백지영의 본격적인 공중파 TV출연은 조심스럽다는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KBS 2TV의 가요프로그램「뮤직뱅크」의 김영선 CP는 "백지영이 사회적인 물의를일으키기는 했지만, 개인적인 잘못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던만큼 이번 방송출연이 크게 문제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KBS는 공영방송인만큼 민영방송인 SBS와는다른 입장이며, 일단 이번 방송을 통해 나타나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주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MBC「생방송 음악캠프」의 장태연 CP는 "백지영이 '섹스 비디오' 파문의 피해자이기는 하지만 시청자들의 정서적 거부감이 완전히 불식될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방송출연에 따른 시청자들의 반응을 관심있게 지켜볼것이지만, 당분간 백지영을 출연시킬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백지영의 공중파 방송 컴백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아직은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백지영의 출연소식이 알려진 뒤,「메모리스」의 인터넷 시청자게시판에는 24일 오후 3시까지 150여건의 의견이 올라왔는데, 대부분이 백지영의 방송출연에 반대하는 내용이다.

백씨의 잘잘못 여부를 떠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것은 사실인만큼 고작 8개월의 자숙기간을 거쳐 공중파 TV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것. 특히 백지영이 대만에서 가수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해놓고 국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것에 대해 대중을 우롱했다며 반감을 갖고있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경실련 미디어워치 김태현 간사는 "백지영의 공중파 방송복귀는 아직 사회적인합의가 도출되기 전에 이뤄진 것 같아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의를 일으켰던연예인의 방송복귀에 대한 일관된 기준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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