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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살이, 뻥튀기 팔아 번 돈으로 장학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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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머슴살이, 뻥튀기 장사, 건재상 등을 하며 힘들게 번 돈이 장학재단의 종잣돈 10억원이 됐다. 포항시민 최상원(79·포항시 장성동·사진)씨는 24일 지역 인재를 양성할 ‘상백장학회’를 만들고 명예이사장이 됐다. 포항 지역 최초의 개인 장학재단이다. 이날 포항지역 고교생 40명이 장학금을 받았다. 재단 출연금 10억원은 최 명예이사장과 지난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부인 백말순씨가 온갖 험한 일을 하며 평생 모은 땀의 결실이다.

 1934년 경주에서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최 명예이사장은 학교 문턱도 밟지 못했다. 조부 때만 해도 천석지기던 가세가 급락한 탓이다. 15살에 남의 집 머슴살이를 시작해 3년을 보냈다. 천성이 부지런해 머슴살이해 받은 돈으로 작은 밭을 하나 사서 큰집으로 넘겼다. 22살 때 중매로 두 살 아래 서울 처녀 백씨와 혼인한 뒤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 부인 백씨는 서울에서 콩나물, 군고구마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남편 최씨는 제대 뒤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살기가 어려워 제대할 때 받은 돈 3만원과 쌀 두 말을 챙겨 포항으로 내려왔다.

 부인은 미나리, 국화빵 장사 등을 하고 최씨는 빵 배달을 하며 알뜰히 살았다. 부부는 포항 북부시장에서 뻥튀기 장사를 크게 하면서 돈을 모았다. 59년 당시 10만여원에 세 들어 있던 4평(13㎡)짜리 가게를 샀다. 6∼7년이 지나 뻥튀기 가게는 건재상으로 발전했다. 부부는 부지런함에다 장사 수완까지 더해 사업을 벽돌·굴뚝 공장으로 확대했다. 거기다 불국사 인근 집이 공원 개발로 보상을 받으면서 큰 돈이 만들어졌다.

 최씨는 “아내와 15년 전부터 장학사업을 논의했는데 먼저 가버렸다”며 “돈은 그 사람이 더 많이 벌었다”고 울먹였다. 그는 “평생 마음 한 구석에 배움의 갈망이 자리잡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몰두하는 학생들을 돕고 싶었다”고 했다. “장학재단에서 배출될 인재들이 내 꿈을 대신 이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1남2녀 자녀들은 아버지 뜻을 따랐다. 아들 용환(49)씨는 아버지 이름과 어머니 성을 딴 상백장학회 이사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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