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목격담 좇아 6·25 참전용사 유해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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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사단 장병들과 제보자 민응기·민봉철씨 등이 부천시 오정구의 지향산에서 6·25 참전용사의 유해를 발굴한 뒤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고 있다. [사진 61사단]

인천의 동원사단인 육군 61보병사단(사단장 장기윤 준장)이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6·25 전쟁 당시 산화한 국군 용사의 유해를 찾아냈다. 이 부대 산하 까치울연대는 최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작동의 지향산 산자락에서 국군 용사의 유해 1구와 카빈소총 탄창, 전투화 등의 유품을 발굴했다고 23일 밝혔다. 유해와 유품들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통해 현재 전몰 용사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가 있다.

 6·25 개전 초에 산화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무명용사가 62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된 것은 부대와 주민들 간의 끈끈한 관계에서 비롯됐다. 이 부대는 장마철이면 침수 피해가 잦은 인근 성곡마을의 배수로를 정비해 주고 매월 경로당의 어르신들을 찾아 뵈었다. 이곳 어르신들 중에는 6·25 참전용사도 적지 않아 지난 6월에는 부대로 초청해 참전용사 안보강연회도 열었다.

 이때 부대를 찾은 민응기(80)·민봉철(75)씨가 6·25 때의 체험을 증언해 주었다. 개전 초기 동네 야산에서 국군 용사의 시체가 산짐승들의 먹이가 되고 있는 게 안타까워서 마을 주민들이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다는 내용이었다. 부대는 유해발굴감식단에 알리고 할아버지들의 기억을 좇아 지형정찰을 한 끝에 증언대로 유해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유해가 발굴된 지향산 일대는 6·25 개전 초기 인민군의 공세에 밀린 아군 병력이 철수작전을 벌였던 지역으로 알려졌다. 이 부대 성삼영 정훈참모는 “전쟁을 모르는 젊은 병사들과 함께 뒤늦게나마 호국영령의 넋을 위로할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발굴된 유해는 2만1000여 건에 이르는 전사자 가족 DNA와 대조, 신원을 확인한 뒤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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