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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패트롤] '실적 적신호' 불똥 어디로 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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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고 하나 주식에 돈을 날린 '개미' 투자자들은 휴가갈 꿈도 못꾸고 있는 듯 하다. 앞으로 나아진다는 전망만 있어도 지금의 우울쯤은 툭 털어버릴 수도 있으련만 별로 기댈 언덕이 없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한국을 대표한다는 삼성전자가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사정이 별로 좋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문제의 반도체부문이 6월까지는 손실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이 설명에 위안받았을 투자자는 별로 없을 듯 싶다. 이 말을 뒤짚어 보면 '곧 적자전환' 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삼성의 전자계열사들이 위기 시나리오를 짜고 여기에 따라 이번 주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국내외의 이목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비상경영 하면 대번에 축소.고통 등이 연상되는데, 역시 설비투자를 계획보다 줄이고 희망퇴직자를 받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단다.

삼성전자 같은 '기둥' 이 이런 때 같이 흔들리니 하청업체는 물론 다른 산업분야로의 불똥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란 말이 떠오른다. 좋지 않은 일이 한꺼번에 닥치니 말이다.

'편식' 현상이 심하던 수출전선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5일 '수출회복 비상점검 및 대책회의' 를 열 예정이다. 산자부.통상교섭본부.무역협회 등 관련 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짜낸다지만 단기 효과를 볼 조치가 몇 개나 나올 지 궁금하다.

24일엔 구속된 대우 계열사 사장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그룹 총수였던 김우중씨는 정처없이 나라 밖을 떠돌고 있는 가운데 월급쟁이 임원들에게 얼마 만큼의 중형이 떨어질 지가 관심거리다.

국내 증시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던 아르헨티나 외환위기는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역시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세계은행이 주말에 3억3천만달러를 지원키로 결정했지만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닥쳐 긴축 재정정책의 앞날은 여전히 어둡기 때문이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 누적된다고 보면 '폭발' 시점만이 관심의 대상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에 어떤 변화가 일 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G8(선진 7개국+러시아)정상회담이 엄청난 반대시위에 휘둘려 이런 고상한 의제는 아예 거론조차 못했지만 몇가지 변화조짐은 있다. 무엇보다 수출기업들의 고충을 공감하는 듯한 지난 주 부시대통령의 발언이 그렇다. 강한 달러로 인해 미국은 물론 유럽 경제까지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비난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근 동향을 보면 국제 유가도 조금은 오름세를 탈 전망이다. 석유값이 안정돼 있어 불만인 이들이 이미 감산양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상복 국제경제팀장 sims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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