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딸 스마트폰에서 성인 알몸 사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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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A군(중 2)은 지난 5월 아버지와 다투다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의식을 잃었다. A군이 스마트폰으로 게임과 채팅을 너무 많이 한다고 여긴 아버지가 이를 압수한 것이 발단이었다. 스마폰을 뺏긴 A군은 심하게 울어대더니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119 구급차가 긴급출동한 덕에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아버지는 상담기관에 전화를 걸어 “아들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줬다가 중독이 더 심해지면 어떻게 하느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지방의 고교 교사 B씨는 “1학년 학생이 수업 중에 스마트폰을 하고 있어서 이를 빼앗았다가 실수로 잃어버렸더니 이 학생이 집에 가서 자해를 했다”며 상담기관에 연락을 했다. B교사로부터 스마트폰 분실 사실을 전해들은 학생은 그때부터 안절부절못하다가 집에 돌아가 결국 자해를 한 것이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이를 못하게 할 경우 과격한 행동 등 금단증상까지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자녀와 부모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중앙일보 10월 22일자 12면)

 

22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인한 가정 내 갈등이 올해 들어 새로운 상담 유형으로 부각되고 있다. 개발원이 2010년 이후 지난 8월까지 진행한 청소년·학부모의 휴대전화 관련 상담 217건을 분석한 결과다.

 개발원의 이영선 상담팀장은 “지난해까지는 주로 스마트폰 구입과 과도한 게임 등에 대해 학부모들이 상담을 요청해 왔지만 올해 들어선 사용을 못하게 하는 것에 따른 가정 내 갈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실시한 상담 75건 가운데 9건(12%)이 스마폰 사용 중지에 따른 자녀의 금단현상 관련이었다. 딸(중 1)의 스마트폰 안에서 낯선 어른의 알몸 사진을 발견하고서 도움을 요청한 부모도 있었다. 이들은 “아이에게 스마트폰 얘기를 꺼냈더니 ‘왜 남의 스마트폰을 함부로 보느냐”고 반발만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스마트폰을 압수했더니 욕설을 했다” “아들이 스마트폰을 뺏긴 뒤 가출을 했다”는 상담 사례도 있다.

 스마트폰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거나 과다한 액수를 썼다며 도움을 요청한 청소년들도 있었다. 한 청소년은 “엄마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내려받느라 160만원을 썼는데 엄마에게 말할 용기가 안 난다”며 난감해했다. 이 팀장은 “자녀의 스마트폰 구매 시기는 최대한 늦출수록 좋다”며 “아이가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공감하고 지킬 수 있는 때만 허용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개발원은 25일 원내에서 ‘특수사례상담 발표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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