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중국 밑그림 싱가포르서 답을 찾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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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다음 달 8일 열리는 당대회를 통해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선출될 시진핑(習近平·사진) 국가 부주석이 싱가포르식 정치개혁을 예고했다. 공산당 일당독재를 유지하면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중국의 발전 모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시 부주석이 교장으로 있는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기관지인 학습시보(學習時報)는 22일 ‘싱가포르의 서비스형 정부 경험’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이 1968년 이래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확보한 안정적인 집권 지위는 정치·경제·사회 관리 등의 방면에서 이룩한 개혁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학습시보는 주간지로 99년 창간 이래 공산당 간부와 지식인을 상대로 사상과 정책 학습을 주도하며 국가의 정책변화를 예고할 때 관련 글을 게재한다.

 학습시보는 우선 PAP를 개방형 정당이라고 평가했다. 즉 PAP가 79년부터 어떤 분야든 차세대 인재를 영입해 엄격하고도 조직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는 생후 6개월부터 영재 교육을 실시하고 대학 진학자 중 엘리트 대상자를 선별해 정부가 해외 우수대학에서 유학하도록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들은 귀국 후 우수 인재를 의미하는 ‘특수공무원(Administrative Service) 그룹’에 편입돼 공직을 맡는데 30~40대에 정부 각 부처와 군 요직에 임명된 경우가 많다.

 중국 공산당은 2000년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3개 대표론’을 주장하면서 자본가들의 공산당 입당을 처음으로 허용했으나 이후 다양한 사회계층 대표들의 당원 가입이 이뤄지지 않아 사회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해외에서 유학한 젊은 세대가 각 기업에는 많이 포진하고 있으나 정부와 당의 핵심 요직에는 10%에도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PAP가 당내 충분한 경쟁과 선거를 통해 민주화를 이뤘으며 그 배경에는 공평과 정의의 원칙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싱가포르가 일당독재를 하면서도 부패가 거의 없는 청렴한 공직사회 건설에 성공한 이유라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촌(村)과 일부 현(縣)급 행정단위에서 직접선거를 허용하고 있지만 선거 과정에서의 부정 등으로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곳은 수십 곳에 불과하다.

 싱가포르 지도층과 국민 간의 밀접한 접촉과 소통이 원활한 것도 PAP의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PAP는 당내 각 의원들이 선거구민과 접촉하도록 각종 시스템을 마련했고 사회기금을 만들어 주민들의 어려움 해소에 나서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방 관리들이 현장을 방문해 대민접촉을 하고 있지만 고압적이고 형식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습시보는 이 같은 개혁을 위해 싱가포르처럼 민간전문가와 정부가 공동으로 참가하는 개혁 관련 위원회를 만들어 실질적인 권한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내각제인 싱가포르는 중국계·말레이계 등 10여 개 종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일당 독재 국가라는 점에서 중국과 정치환경이 비슷하다. 지난해 말 현재 일인당 국민소득은 4만9000달러로 세계 3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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