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나로호, 이제 그간 노력의 결실 볼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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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가 될 나로호의 3차 발사가 눈앞에 다가왔다. 2009년과 2010년의 실패를 딛고 2년 만의 재시도다. 러시아제 1단 로켓을 사용하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발사 시도다. 26~31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나로호가 발사 9분 뒤 고도 302㎞에서 과학위성을 위성 궤도에 올리면 한국은 세계 10번째로 우주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자국 발사장에서 자국 발사체로 자국 인공위성을 위성 궤도까지 올린 나라에 주어지는 영광이다.

 비록 핵심기술의 하나인 1단 로켓 제조기술이 없어 러시아에서 2억 달러를 주고 사왔지만 나머지는 모두 우리 과학자들이 산학연의 기술 오케스트라를 통해 일군 성과다. 대한항공은 조립을, 한화는 화약을, 한국화이바는 기체와 특수소재 개발을 맡았으며 우주 궤도에 올릴 소형 위성은 카이스트 인공위성센터가 제작했다. 우주 로켓 발사를 위한 준비 자체가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끄는 과정이었다. 우주강국에 비해 기술·예산·인력이 모두 부족한 한국 과학계가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한 성과다. 과학자들의 집념과 열정 덕분이다.

 나로호 발사는 한국 과학계의 오랜 꿈이었다. 한국 과학계의 자존심이 걸린 과제이자 우리 미래를 이끌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는 길이기도 하다. 우주개발이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현지를 방문한 취재진에 따르면 이번 발사를 앞둔 나로우주센터 요원들의 눈빛부터 다르다고 한다.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 발사에 도전한다고 해서 주눅 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는 증거다. 사실 우주개발은 실패를 딛고 피는 꽃이다. 앞서 있었던 두 차례의 실패는 우주개발 과정의 일부이자 성공으로 가기 위한 수업료였을 뿐이다. 우리 과학자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이번 발사가 우주 분야에서 과학 주권을 확보하는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과학기술계는 투자와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고도 302㎞, 그곳으로 올라간 우리의 나로호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