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합캐피탈 인수전 ‘16대 1’인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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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16대 1’의 치열한 ‘인수전’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바로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매각을 진행 중인 리스금융회사 한국종합캐피탈이다.

 21일 예보에 따르면 한국·진흥·경기저축은행이 보유한 한국종합캐피탈 지분(총 36.29%)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22일 실시된다. 본입찰에 앞서 5일 마감된 인수의향서(LOI) 접수에서는 CXC그룹·SM그룹·현대저축은행·신안캐피탈 등 무려 16개 업체가 LOI를 제출했다.

 SM그룹은 런던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 선수에게 아파트를 선물해 유명해진 곳이며, CXC그룹은 한진그룹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의 조카인 조현호 회장이 100% 대주주로 있는 사모펀드(PEF)다. 둘은 9월 그린손해보험 인수전에도 뛰어든 바 있다.

 이처럼 국내 금융회사·PEF가 한 회사에 대거 눈독을 들이는 것은 요즘처럼 M&A 시장이 얼어붙은 시기에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예보는 자본조달 능력에 의심이 가는 기업을 솎아내고 8곳을 예비후보로 선정했으며,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실사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한국종합캐피탈이 리스·할부금융·신기술사업금융업(벤처캐피털) 등 3개 분야의 라이선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이와 관련해 자본금 요건을 규정해 놓았는데, 이 3개의 분야에서 영업하기 위해서는 최소 400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에서 형성된 한국종합캐피탈의 ‘몸값’은 라이선스 값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여기에 한국종합캐피탈은 진흥신용정보라는 채권추심업체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한국종합캐피탈을 인수하면 인가사업인 신용정보업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M&A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00억원대로 예상되던 매각가격이 최근 200억원대까지 뛴 것으로 전해졌다. 20억~30억원대였던 경영권 프리미엄이 3~4배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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