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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는 무려 17초 걸린 펠프스의 47m 퍼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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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호 21면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가운데)가 지난 6일(한국시간) 유러피언투어 던힐 링크스 챔피언십 팀 경기에 출전해 2라운드 6번 홀(파4) 그린 앞쪽 프린지에서 47m짜리 퍼팅을 시도하고 있다. 퍼터를 떠난 공은 17초 흐른 뒤 홀 속으로 사라졌다. [동영상 캡처]

올해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를 통틀어 전 세계 골프 코스에서 나온 가장 긴 거리의 퍼팅은 몇 m나 될까.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따른다.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검증된 퍼팅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골프대회 중계용 TV 카메라 등에 잡힌 퍼팅 장면 정도는 돼야 사실 여부의 시시비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올 시즌 베스트·워스트 퍼팅

그런 면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27·미국·금메달 18개)의 퍼팅은 경이롭다. 2012 런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펠프스가 얼마 전 공식 대회에서 기적 같은 47m(150피트) 거리의 퍼팅을 성공시켜 화제다. 유튜브 등에서 이 장면을 본 골퍼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시간은 불과 15일 전이다. 지난 6일(한국시간) 유러피언투어 던힐 링크스 챔피언십 팀 경기 2라운드가 열린 스코틀랜드의 킹스반스 링크스 6번 홀(파4·337야드). 티샷을 그린 프린지까지 날려 보낸 펠프스는 두 번째 샷을 퍼터로 시도했다. 페어웨이와 그린의 경계가 모호한 링크스 코스여서 텍사스 웨지인 퍼터로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펠프스의 목표는 인상적인 2퍼트로 마무리해 같은 팀의 폴 케이시(35·잉글랜드)로부터 박수를 받는 것이었다.

수잔 페테르센이 19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 첫날 9번 홀에서 퍼팅을 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펠프스가 퍼팅을 하자 TV 중계방송 캐스터는 “미국의 유명한 수영 선수로 하이핸디캡(16) 골퍼”라고 소개했다. 그러는 사이 공은 일정한 스피드로 탄력을 받은 채 47m 거리의 홀로 향했고, 이리저리 그린 경사를 타더니 곧장 홀(컵) 속으로 사라졌다. 시간은 무려 17초나 걸렸다.

그 순간 펠프스는 “그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긴 퍼트였다”며 환호했다. 펠프스가 출전한 이 대회는 168명의 프로와 168명의 아마추어가 2명씩 한 팀을 이뤄 경기를 펼치는 유러피언투어의 공식 토너먼트였다. 펠프스는 케이시와 한 팀을 이뤄 3라운드 합계 15언더파로 80위에 그쳐 상위 20팀까지만 진출하는 최종 4라운드에는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로 펠프스가 골프 역사상 TV로 방송된 가장 긴 퍼트의 신기록을 세운 것인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펠프스 이전의 기록은 1981년 방송인 테리 워건이 세운 30m 퍼트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21일 현재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각종 투어가 진행 중이지만 지금까지 나온 최악의 퍼팅 주인공은 누구일까. 안타깝게도 지난 4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김인경(24·하나금융그룹)이 놓쳤던 ‘30㎝ 파 퍼트’가 아닐까 싶다. 이 한 뼘 거리의 퍼팅이 홀 턱을 맞고 튕겨져 나오는 바람에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컵도 날아갔다.

야후골프의 칼럼니스트 제이 버스비(미국)는 “김인경의 경우는 골프 역사상 ‘최악의 실수’라는 데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논평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미스(Incredible miss!)였다. 물론 김인경보다 더 짧은 거리의 퍼팅을 놓친 선수가 있다. 83년 잉글랜드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에서 열린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헤일 어윈(미국)에게 닥친 불행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3라운드 14번 홀(파3·198야드). 어윈은 이 홀에서 불과 2인치(5㎝) 파 퍼팅을 앞뒀다. 툭 치는 것만으로도 파를 기록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방심하는 바람에 그 공은 공중으로 붕 떠오르면서 홀을 벗어났다.

다음 날 우승은 톰 왓슨(미국)에게 돌아갔고 어윈은 1타 뒤진 공동 2위에 만족했다. 이 때문에 어윈은 역대 메이저 대회에서 놓쳐 버린 최단 거리의 퍼트 1위란 불명예를 안았다. 퍼팅 거리로만 치면 역대 최악의 퍼팅 주인공은 어윈이다. 하지만 버스비는 “어윈의 퍼팅 실수는 3라운드 상황이었고, 김인경은 마지막 72번째 홀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퍼팅이었다”며 “이제 김인경이 그 멍에를 썼다”고 평했다.

“평소 거리감 익히는 연습이 중요”
이번 주말 국내 골프장에선 두 개의 빅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의 오션코스에서 펼쳐지고 있는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과 천안 우승힐스 골프장에서 내셔널 타이틀을 놓고 벌이는 코오롱 제55회 한국오픈이 그것이다. 총 69명이 출전한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에는 청야니(23·대만) 등 세계랭킹 1~10위 선수 중 랭킹 8위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출동했다. 한국오픈도 양용은(40·KB금융그룹) 등 쟁쟁한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고 있다. 이 두 곳에서는 지금 치열한 전쟁이 진행 중이다. 바로 승부의 마지막 관문인 퍼팅 싸움이다. 각 대회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나간 선수는 역시 퍼팅이 좋은 선수였다.

19일 열린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 첫날 두 장타자는 크게 비교됐다. 미셸 위(22·나이키골프)는 1라운드에서 평균 270야드에 달하는 폭발적인 드라이브 샷을 앞세워 2~3m 이내의 버디 기회를 7차례나 잡았다. 하지만 단 2차례만 성공시키고 보기를 3개나 기록해 1오버파로 부진했다. 반면 수잔 페테르센(31·노르웨이)은 미셸 위보다 평균 10야드를 적게 날리고도 핀에 붙는 2~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9차례나 성공시켜 1라운드에서만 무려 9언더파를 몰아쳤다. 2라운드에서도 4타를 더 줄여 중간합계 13언더파로 단독 선두다.

이 가을 주말 골퍼들이 그린에서 3퍼트를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페테르센은 “거리를 맞추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자신 있게 구사할 수 있는 자신만의 거리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5m 거리에서 어떠한 그린 컨디션과 압박감 속에서도 공을 홀 10㎝ 이내로 보낼 수 있을 때 자신만의 거리감을 가졌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3m나 5m의 확고한 퍼팅 스트로크의 거리감이 존재하게 되면 이보다 짧거나 더 길더라도 창의적인 퍼팅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오픈에서 두 차례나 우승한 바 있는 김대섭(31·아리지골프장)은 “주말 골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퍼트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2m 이내의 휘어지는 퍼팅”이라고 지적했다. 이때 공의 속도에 따라 휘어지는 포인트를 재빨리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제는 홀(컵)의 어느 지점을 향해 퍼팅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김대섭은 “부드럽게 쳐 속도가 느릴 경우에는 예상 지점보다 공이 더 빨리 휘어지기 때문에 홀 바깥쪽을 겨냥해야 하고, 반대로 가속도 있게 칠 경우에는 공이 더 적게 휘어지기 때문에 홀 안쪽을 타깃 삼아 퍼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용은은 “3퍼트는 첫 퍼팅이 약해서 짧았다가 다음 퍼팅 때는 오히려 강해서 문제가 된다”며 “50㎝를 지나치더라도 두 번째 퍼팅은 홀 반대편에서 한다는 자신감으로 스트로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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