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프로야구 PO 3차전] 고원준 “GO 199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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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고원준이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 3-0으로 앞선 4회 초 2사 1루에서 SK 김강민을 3루수 앞 땅볼로 잡아낸 뒤 기뻐하고 있다. 고원준은 포수 강민호의 노련한 리드에 힘입어 포스트시즌 첫 승을 따냈다. [부산=뉴시스]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3차전 최대 관심사는 롯데 선발 고원준(22)의 투구였다. 고원준이 최대한 오래 마운드를 지켜야 해서다. 롯데는 선발자원이 부족해 4차전 선발로 포스트시즌이 처음인 진명호를 내정했다. 더구나 마무리 정대현까지 왼무릎 통증으로 출전이 어려워 불펜 자원도 부족했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선발이 없어 고민하는 팀은 우리밖에 없을 거다. 오늘과 내일 불펜들이 고생해야 한다. 고원준이 버텨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울 것이다”라고 했다.

 양 감독의 걱정은 기우였다. 고원준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버티고 있었다. 바로 포수 강민호(27)다. 고원준과 강민호가 찰떡궁합으로 롯데에 승리를 안겼다. 시리즈 전적에서 2승1패로 앞선 롯데는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 남겨놓았다. 롯데는 1992년 이후 20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다.

 고원준은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와 3분의 1이닝 3피안타·무실점 호투로 4-1 승리를 이끌며 포스트시즌 첫 승을 올렸다. 투구수 79개 중 스트라이크가 50개로 제구가 잘됐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4㎞에 그쳤지만 공 끝에는 힘이 있었다. 여기에 체인지업(17개)과 슬라이더(12개)를 곁들여 SK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강민호가 상황에 따른 볼 배합으로 고원준에게 힘을 실어줬다. 고원준은 1회 초 정근우-박재상-최정을 각각 중견수 뜬공-우익수 뜬공-유격수 땅볼로 잡아냈지만 모두 잘 맞은 타구였다. 그러자 강민호는 2회부터 조금씩 변화구를 섞을 것을 주문했다. 주무기인 커브보다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게 해 SK 타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3회부터 직구의 컨트롤이 떨어지자 체인지업 구사 비율을 높이며 또 한번 SK 타자들을 현혹했다.

 강민호는 “볼 배합을 고민하느라 있는 머리 없는 머리 다 쓰고 있다. 경기 전 원준이와 안타를 맞더라도 공격적으로 가자고 했다. 공 끝이 좋아 결정구는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밀어붙였다”고 했다.

 손아섭도 공수에서 고원준을 도왔다. 손아섭은 1회 말 무사 1·3루에서 우전 적시타로 선제점을 따냈다. 3-0이던 4회 초 무사 1루에서 SK 이호준의 타구를 담장 앞에서 점프해 잡아내 고원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강민호 역시 2-0이던 3회 말 2사 2루에서 적시타를 때려내며 공격에서도 힘을 보탰다.

부산=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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