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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게의 IOC 미래는] 올림픽 상업주의 탈색 나설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크 로게 위원장 치세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지난 15일자(한국시간) 프랑스의 르몽드지의 기사는 IOC 위원장 선거를 바라보는 유럽의 시각과 로게 체제 아래 IOC의 향후 행로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

르몽드는 김운용 회장을 부패하고 음험한 인물로 묘사해 로게의 청렴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더 나아가 이 기사는 IOC의 폐쇄성과 부패를 지적하고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는 사적 압력단체라고 규정했다. 한마디로 원칙과 정의 없이 이익만 좇던 지난날 IOC의 관행을 종식시키기 위해 로게가 적임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르몽드는 "김회장이 집권하면 일이 있을 때나 사마란치에게 전화하겠지만 로게가 당선되면 하루 세번씩 전화할 것" 이라고 꼬집었다. 즉, 로게가 집권하면 사마란치의 수렴청정이 유지되리라는 것이다.

사마란치가 로게를 지지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자신과 유럽을 대변할 수 있는 '리모컨' 을 원했기 때문이다. 김운용 후보의 패배로 IOC내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이다.

이렇게 볼 때 IOC의 향후 행로는 유럽이 대세를 장악한 가운데 외면적으로 개방과 투명성을 표방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세계 스포츠에 대한 IOC의 영향력 고수와 철저한 상업주의를 전망케 한다.

그러나 로게 역시 자신의 '클린' 이미지를 하루 아침에 포기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게는 스포츠의 인간성 회복과 올림픽이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상업화됐다며 올림픽 규모 축소도 공약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이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조정위원장을 맡은 로게는 선거를 앞두고 최근 올림픽이 지나치게 거대화돼 엄청난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로게는 35개에 이르는 올림픽 경기 종목을 축소, 참여 인원을 대폭 줄이고 올림픽 개최에 따른 비용도 대폭 감소시켜 순수한 스포츠 이념을 되살려 세계 평화증대와 청소년 교육의 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사마란치.김운용 회장을 비롯한 기존 인사들은 결국 정리 대상이다. 유럽 중심의 신진 인사와 미국의 유력자들이 IOC를 장악하면서 IOC의 새로운 컬러가 드러날 전망이다. 수십년이 보통인 위원장 임기중 그 '색깔' 을 언제 분명히 하는 가가 로게의 숙제다.

로게는 전임 사마란치 위원장에 버금가는 카리스마도 겸비하지 못한 데다 백인들만이 IOC위원장을 독식하면서 지나치게 유럽 중심적인 가치관으로 미주.아시아.아프리카 등지로부터 편협하다는 지적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로게가 상업주의의 단맛에 길들여져 있는 올림픽을 공약대로 소규모, 저비용의 순수한 아마추어 스포츠 축제로 되돌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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