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보경의 중국기업인열전 ①] 중국 부동산계의 거물, 다롄완다그룹 CEO 왕젠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신보경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의 중국기업인열전 연재를 시작합니다. 사마천(司馬遷)의 명저 『사기(史記)』의 ‘열전’처럼 중국기업인의 성공비결을 소개함으로써 한국과 점점 가까워지는 중국 기업인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중국 기업인들의 삶과 가치관, 기업관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여정을 기대해 주십시요.

중국 최고 부동산개발기업 다롄완다 그룹의 창업주 왕젠린

최근 중국 부자 관련 통계 조사 전문 기관인 후룬(胡潤)연구소에서 발표한 ‘2012년 중국 부동산 부호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인물은 중국 최고 부동산개발기업 다롄완다(大連萬達)그룹의 창업주 왕젠린(王健林·58)이다. 그 뿐만 아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재계 순위에서는 2위(1위는 와하하의 쭝칭허우(宗慶後))를 기록할 정도로 요즘 잘 나가는 기업인이다. 최근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부동산 시장이 고전하지만 그의 ‘부동산 불패’ 신화는 계속 이어가고 있다. 비결이 뭘까?

왕젠린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인들의 공통 DNA인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는 32세라는 늦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 한 후 다롄시 시강(西崗)구 판공실 주임(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시강구는 큰 고민거리를 안고 있었다. 파산위기에 몰린 주택개발공사를 회생시키기 일이다. 위기와 함께 기회도 온다고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시강구 주택의 평당 가격은 1100위안이었고, 노후화된 주택을 개조하는 비용이 평당 1200 위안이 들었다.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었다. 이러다 보니 집을 팔리지 않았고 시강구는 많은 부채를 떠 안고 있었다. 시강구는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한 채 구세주만 기다리고 있었다.왕젠린은 주택의 ‘주’ 자도 모르는 초보자였다. 다만 평소 최신 주택 구조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탐독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기존 주택을 개조할 때 서양식 욕실과 창문을 도입해 고급화 할 것을 공무원 간부들에게 제안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 한 것이다.

당시 시강구에는 서양식 주택이 거의 없던 터라 반대가 심했다. 주민들이 낯선 시설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중국 사람들도 소득이 늘면서 편리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치열한 논쟁 끝에 시강구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개조한 주택은 평당 1580위안에 팔릴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시강구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왕젠린은 부동산업에 자신을 갖게 됐다. 그는 여세를 몰아 부동산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중국 부동산은 그 동안 임대업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했다. 중국 최초로 ‘복합 쇼핑몰’을 도입했다. 다국적 유통업체를 비롯해 영화관, 호텔, 백화점, 레스토랑과 계약을 맺고 ‘완다광장(萬達廣場)’에 입점시켰다. 서울 영등포의 타임스퀘어나 여의도의 국제금융센터(IFC)와 비슷한 형태다. 처음에는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사업이 항상 잘되는 것은 아니라며 소규모를 하거나 아예 포기하라며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미래 부동산업의 트랜드가 보였다.

현재 완다그룹은 중국 전역에 49개 완다광장과 26개 호텔, 730개 영화관, 40개 백화점, 45개 KTV를 두고 있다. 지난해 연 매출은 1051억 위안(약 19조원), 자산은 1950억 위안(약 34조원) 정도다. 우리로 치면 삼성물산(2011년 매출액 21조원, 자산 20조원)과 비슷한 규모이다.

왕젠린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다. 민영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국유기업과 같은 대우를 해 준다. 중국 내 최초로 유급 휴가제를 도입하고, 직원 전용 헬스클럽도 마련했다. 이것도 역시 다른 중국 기업인들과 다르게 생각한 결과다.

미국에 빌게이츠가 있다면 중국에는 왕젠린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유명한 자선사업가다. 축구와 인연도 깊어 6년간 다렌완다 축구팀을 지원해 55경기 연승이라는 기적을 세웠다. 2010년에는 중국 자선 역사상 최고액인 10억위안을 기부했다. 최근 완다그룹은 홍콩 디즈니랜드 수준의 리조트를 개발하고, 세계 2대 영화관 체인인 미국 AMC엔터테인먼트를 인수 합병하는 등 활발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신보경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에서 국제경제를 전공했으며, 현재 중국 경제 및 기업을 연구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