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참아" 개성공단 3위업체 철수 조짐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북한이 지난 8월부터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들에 소급과세 등 불합리한 운영 규정을 일방적으로 적용한 데 대해 정부가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앙일보 10월 18일자 1면)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북측 세무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되 조만간 공단 내 민원실을 설치해 기업들의 총 피해 규모와 액수를 산정해 증거자료로 내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는 “북한은 5·24 조치(천안함 격침 사건 이후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생산액이 늘어난 걸 두고 고의적으로 단가를 조작했다고 의심하고 있어 이런 부분을 중심으로 설득하려고 한다”고 했다.

 현재 개성공단 남측 사무소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위원장 홍양호)와 북측 사무소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국장 이금철)의 실무자 10여 명이 피해구제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이명박 정부 임기 말까지 상종하지 않겠다며 “남한 당국이 나설 경우 협의는 없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 다.

 전문가들은 세금 폭탄을 견디지 못한 우리 기업이 개성공단에서 퇴출되는 사례가 생길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개정 시행세칙을 ‘북한판 5·24 제재’로 부르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입주기업 A회장은 “변경된 세칙이 그대로 확정되면 신규로 입주하려는 기업도 없고 기존 기업도 철수 검토가 불가피하다”며 “개성부지를 매각하고 동남아로 이전하려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개성공단에서 세 번째로 큰 공장을 소유한 D기업은 지난주 인천 금단공단에 6000평가량의 공장을 증설해 개소식을 했다. 입주기업 대표모임 기업책임자회의는 17일 개성공단을 찾아 “북측의 일방적 세금 부과로 경영 악화가 불가피하고, 자료제출 요구는 경영권 침해 수준”이라고 항의했다.

 북한은 또 결혼·건강 문제 등으로 자진 퇴직하는 북측 근로자에게도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동규정에는 ‘강제로 종업원을 내보낼 경우 퇴직 보조금을 준다”고만 돼 있다. 공단의 북측 근로자 들은 매년 1000여 명씩 자진 퇴직하고 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외화 사정이 빡빡해져 북측도 남측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사인을 차기 정권에 보내는 것일 수 있다”며 “공단의 존폐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