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출신 참가자 “한국 아줌마 다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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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방배1동에 사는 허를 어용토야라고 합니다.”

  지난 10일 서초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한글날 기념 외국인 말하기대회에서 몽골 출신의 한 참가자가 능숙한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했다. 두 아이의 엄마라는 그녀는 초기 정착시절 한국의 가족문화가 익숙하지 않아 고부갈등도 있었지만 어른들과 같이 살았기에 한국어가 더 빨리 늘고 벌써 한국 아줌마가 다 됐다며 앞으로 다문화가정 전문 상담가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초급과 중급으로 나눠 치러진 대회에선 나만의 한국어 공부비법과 한국 요리 등이 주된 주제였는데 김치가 정말 좋아 오이소박이까지 담가 먹는다는 미국인 참가자, K-팝을 좋아해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지원했었다는 베트남 참가자까지 하고 싶은 말을 한국어로 전달하는 게 쉽진 않지만 한마디씩 또박또박 발음하려는 얼굴에서 긍지가 엿보였다.

  서초구에는 지난해 말 주민등록 기준으로 5400여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한글날을 맞아 이날 외국인들의 체험담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외래어·외국어로 가득 찬 간판, 실생활에서의 외래어 남용, 정체불명의 언어 사용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됐다.

글·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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