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형 CM 공사로 비용 절감·공기 단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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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글로벌 이순광 사장은 “공사비를 줄이면서도 품질은 높이고 공사기간은 단축하는게 CM(건설사업관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시공까지 하는 ‘책임형 CM’으로 건설 유통구조를 줄이고 있다.

“공사비를 줄이면서도 품질은 더 좋게, 더 빨리 일을 마치는 것이 CM(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의 역할입니다”.

 15일 오전 서울 삼성동 도심공항타워에 있는 한미글로벌 본사 집무실에서 이 회사 이순광(58) 사장을 만났다. 그는 “발주자 대신 사업을 관리하는 것 뿐 아니라 직접 공사를 수행해 유통구조를 줄이는 ‘책임형 CM’을 확대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선진국형 공사 관리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글로벌은 건설공사에서 발주자 대신 공사에 관련된 협력 업체와 발주처의 관계를 조율하는 등 전반적인 사업관리를 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국내 CM업계의 선두업체다. 그런데 최근에는 직접 시공에 나서고 있어 발주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미글로벌이 운영 중인 ‘책임형 CM’이다. 주로 공장이나 물류센터, 연구소 사옥 등 중소 규모(100억~500억원)의 건설공사에 활용된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 사장은 “요즘 대형 할인점에서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개발해 일반제품보다 20~40% 싼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며 “건설업도 유통단계를 줄이면 10%가량 원가를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내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그는 비효율적인 생산 시스템 등을 꼽았다. 건설공사는 일반적으로 시공업체를 정한 뒤 여러 협력업체에 하도급이나 재하도급을 주면서 3~5단계에 걸쳐 공사 참여 업체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는 “책임형 CM은 관리업체가 직접 공사를 하기 때문에 하도급 단계가 줄어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단계에서 최대 공사비를 미리 확정하는 방식이어서 건축주는 원가상승에 대한 걱정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일 공사비가 늘어나거나 공사기간이 길어질 경우 CM 업체가 책임지기 때문에 발주자의 손해도 줄일 수 있다.

 공사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건축주가 계속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책임형 CM의 장점이다. 비용절감을 통해 생긴 이윤은 발주자와 CM 업체가 나눠가진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사장은 “일반 공사형태보다 비용을 아끼는 것은 물론 공사기간도 최대 30% 가량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형마트·연구소·병원·대학교·오피스·공장을 비롯해 도시형 생활주택 등 주거용 건물까지 책임형 CM 형태로 발주되는 사업장이 늘고 발주 금액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충남 논산의 한 대형마트는 책임형 CM으로 공사를 진행해 공사 기간을 32.5%, 공사비는 5.4% 각각 줄였다. 때문에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공사비와 공사기간 부담이 커지면서 책임형 CM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이 사장은 보고 있다.

 이 사장은 “국내 건설 업계에서 CM 분야 비중을 더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건설 산업 기본법을 개정해 책임형 CM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책임형 CM을 공공 공사에도 도입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아직 법제화는 지지부진하다.

 그는 “책임형 CM은 건설경기 불황기에 건설사와 사업주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 중 하나”라며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다면 원가공개 등 투명성과 품질 향상 등의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으로 자부한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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