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에 1조 달러 몰리고 주식선 5000억 달러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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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전 세계에는 금융위기가 닥쳤다. 2008년 이전과 이후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금융시장의 틀이 바뀌었다.

 돈은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찾아갔다. 2008년 초부터 최근까지 5년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에는 1조 달러가 몰렸다. 반면 주식에서는 5000억 달러가 이탈했다. 주목할 점은 신흥시장의 채권을 비롯해 주식으로도 돈(997억 달러)이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전 30여 년간 통용됐던 관념, 곧 선진시장은 안전하고 신흥시장은 위험하다는 구분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돈을 풀었다. 전 세계 금융자산(주식+채권+은행자산)은 2007년 말 241조 달러에서 지난해 말엔 256조 달러로 6.2% 증가했다. 그러나 시장에 돈이 넘쳐나면서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금융자산의 가치는 오히려 줄었다. 채권(23%)과 은행자산(15%)의 가치는 증가했지만 주가가 급락한 탓에 주식은 자산가치가 26% 감소했다.

 돈은 수익률을 따라 흐른다. 금융위기 이후 ‘머니무브’가 나타난 것은 수익률 차이에 따른 결과다. 5년이 다 돼 가지만 2008년 초와 비교한 주가는 선진이나 신흥시장 할 것 없이 모두 20% 떨어졌다. 반면 세계 채권 값은 40% 넘게 올랐다. 머니무브는 국내에서도 볼 수 있다. 2008년 말 140조원을 웃돌던 주식형 펀드 규모는 최근 96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채권형 펀드는 같은 기간 30조원에서 44조원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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