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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투자하기 캄보디아보다 어렵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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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창우 일본 마루한그룹 회장이 인천 영종도에 세울 관광레저단지 조성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단지에는 한 회장과 동포 기업인들이 함께 투자한다. [사진 재외동포재단]

“캄보디아보다 한국에 투자하기가 더 어렵다.”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난 일본 마루한그룹 한창우(81) 회장의 말이다. 손봐야 할 곳이 너무 많은 한국의 투자 관련 규정들 때문이란다. 그는 “모국에 투자를 하려고 돈을 가져와도 돈을 쓰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현재 세계한상대회 참석차 방한 중이다. 지난해 2조790억 엔(약 29조19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마루한은 일본 최대의 빠찡꼬 기업이다. 일본 내 점포 수는 273개(올 3월 기준). 한 회장의 개인 재산은 31억 달러(올 3월 기준)로 미국 경제전문지인 포브스가 꼽은 일본 내 부자 순위 8위(전 세계 367위)다.

 한 회장은 최근 일본에서 쌓은 부를 바탕으로 인천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에 1조1180억원을 투자해 2018년까지 총 315만㎡ 규모의 종합비즈니스·관광레저단지(한상드림아일랜드)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한국에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공무원들로부터 ‘일단 관련 규정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답을 받는 일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한 회장의 해외 투자는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에는 일본계 기업 중 처음으로 캄보디아에 상업은행을 연 그다. 한 회장은 “한국보다 훨씬 발전이 더딘 캄보디아에 들어갔지만 은행을 세우는 데 채 일 년이 걸리지 않았고, 지난해부터는 이익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라오스에서도 현지 은행업 진출에 필요한 허가를 이미 받아 내년 3월부터 은행 영업을 할 계획이다.

 현재는 베트남 정부의 제안을 받아 현지에 빠찡꼬 업체를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베트남 정부도 마루한의 투자를 돕기 위해 전담팀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선 마루한 같은 해외 기업의 토지 취득이나 투자가 까다롭다 보니 ㈜세계한상 드림아일랜드란 회사도 세웠다.

 그가 청사진을 밝힌 한상드림아일랜드 계획은 현재 국토해양부를 거쳐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검토엔 두 달가량이 걸린다. 하지만 검토 결과가 나와도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각종 인허가를 받는 데 다시 일 년 이상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 한 회장은 “공사 시작 전에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데에만 약 200억~ 300억원은 들어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상드림아일랜드’의 지분 중 51%는 마루한이, 나머지 49%는 다른 한상 기업인들로부터 채우겠다는 게 한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에 필요한 인허가를 밟기 전에는 투자자를 모을 수가 없어 일단은 내가 돈을 전액 대고 있다”며 “투자에 동참하겠다는 동료 기업인의 문의는 많아도 일정을 알려줄 수가 없으니 선뜻 투자를 권하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해외 투자 유치는 ‘손님은 무조건 왕’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서비스란 측면에서 빠찡꼬 사업과 많이 닮았다는 게 한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가 중에는 투자 여건만 나아지면 얼마든 고국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인허가 담당부처를 통일해 주고 절차도 간소화해 준다면 큰 공을 들이지 않고도 투자유치액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韓商) 재외동포 기업인을 이르는 말. 중국 ‘화상(華商)’에 비견된다. 인도네시아 재계 20위 기업인 원목 회사 코린도의 승은호(70) 회장, 라오스 최대 민간기업인 자동차·오토바이 제조업체 코라오 오세영(49) 회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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