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특허왕’ 우수형 파트장 “전공 넘어 다양한 분야 지식이 아이디어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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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 전시된 에쿠스 앞에 선 현대·기아차 선행가솔린엔진개발팀 우수형(47) 파트장. [사진 현대자동차]

자동차 엔진 분야에서만 한 해 22건의 특허를 낸 이가 있다. 현대·기아차 남양종합기술연구소의 선행가솔린엔진개발팀 우수형(47) 파트장이다. 그는 박사가 아닌 대졸(인하대 기계공학과) 출신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개인 특허가 가장 많은 인물로 꼽힌다. 2010년 현대차그룹 내 최다 특허 출원자에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와 올해에는 그룹 내 발명 아이디어 경진대회 엔진부문에서 아이디어왕으로 선발됐다. 1991년 입사 후 지금까지 낸 64건의 특허 중 40건가량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 등록됐다.

 이처럼 아이디어가 샘솟는 비결이 뭘까. 16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만난 우 파트장은 “전공 분야를 넘어선 다양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라고 했다. “최근 자동차는 기계공학과 전자공학뿐 아니라 승차자의 마음까지 이해하는 심리학 지식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엔진 연소를 균일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 같은 것이 이런 융합 지식에서 출발한 사례라고 했다. 엔진 담당이지만 그는 “자동차 소비자가 원하는 게 뭘까”를 고민했다. 그중 하나가 승차감이라는 데는 주변에 이론이 없었다. 하지만 누구나 그건 엔진이 아닌, 다른 부품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우 파트장은 “엔진이 연소를 고르게 하는 방식으로도 승차감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결국 특허까지 내게 됐다.

 기초 역시 중요하다는 점은 우 파트장도 거듭 강조했다. “1995년부터 10년간은 온세상에 존재하는 엔진이란 엔진은 모두 모아서 끊임없이 연구했다”고 전했다. 그런 바탕에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이 겹쳐지자 2000년대 후반부터 특허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더란 것이다. ‘완벽해 보이는 기술도 개선해 새로운 특허를 얻어낼 여지가 있다’는 긍정도 그의 무기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같은 해외 브랜드가 만든 제품이라도 반드시 정답은 아니란 생각이다. 그는 “내가 낸 특허 역시 마찬가지여서 이를 다시 개량할 수 있다는 유연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 단계 나아간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유로운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고 조언했다. 지금도 매월 한 건 이상의 특허를 내지만 야근을 하는 일은 별로 없다. 우 파트장은 “책상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특허를 내기 위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일을 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가 특허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주로 이동하거나 휴식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특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우 파트장은 자신의 팀원들과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걸 특허왕이 된 비결로 들었다. 1995년부터 자신이 만들어 온 수천 건의 자동차 엔진 관련 자료도 포함해서다. 그는 “동료들과의 대화 중에서 얻은 사소한 아이디어가 특허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혼자 본다면 한 달에 600~700종의 자료도 보기 힘들지만, 네 사람만 모여도 검토할 수 있는 자료는 2800가지로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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