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5인, 백의종군 선언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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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캠프의 노무현계(친노) 인사들이 “집권해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는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과 박근혜계(친박)처럼 백의종군을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익명을 원한 친노 핵심 관계자는 최근 본지에 “선언의 시기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패권정치·측근정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사도 “(우리의) 억울함을 해소하려는 차원이 아니라 후보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문 후보 캠프에서 친노는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사람들’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6월 출마 선언 이후 문 후보는 ‘탈계파’를 내세우며 선대위 주요 보직에 친노 인사를 앉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일 발표된 비서실과 전략기획실 인사는 이와 반대 방향이었다. 정태호(전략)·김경수(수행)·양정철(메시지)·윤건영(일정)·소문상(정무) 등 노무현 정부 때의 청와대 비서관 출신들이 후보의 최근거리(비서실)와 전략 실무를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당시 한 초선 의원은 “가장 자주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교환하고, 선거의 밑그림을 그리는 자리에 누가 앉았나 보라”며 “그들이 이광재·안희정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문 후보가 이런 인사를 질책했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마치 친노만 요직에 배치된 것처럼 인사 발표가 이뤄지면서 스스로 비판을 자초했다. 그동안 탈계파를 위한 노력이 한순간에 퇴색됐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친노 사이에 백의종군 논의가 본격화됐다. 캠프 관계자는 “집권하면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사람들이 다 장관 할 거라는 우려를 끊어낼 강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일화의 승부처가 될 호남을 잡기 위해 문 후보는 노무현의 그늘을 벗어나야 하고, 그러려면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도 했다.

 선언이 언제 이뤄질지는 불분명하다. 친노 핵심 관계자는 “해야 한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하는데, 누가 이 선언을 대표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현역 의원도 아니고, 일개 실무팀장들이 거창하게 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이상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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