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일으키는 유전자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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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새로운 유전자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이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하는 신약이 개발되면 치매를 상당 부분 치료하거나 치매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의 고영호 박사팀(뇌질환과)은 15일 수모(SUMO1)가 알츠하이머병의 주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현재까지 20여 개 발견됐다.

 알츠하이머병은 독성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축적돼 발병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도 이 병을 앓았다.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베타아밀로이드는 뇌 신경이 노화할 때 생기는 단백질”이라며 “알츠하이머병 환자나 치매를 앓다 숨진 사람의 뇌에선 베타아밀로이드가 상당히 증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고 박사팀은 2007년부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가 왜 생성되는지를 연구했다. 치매에 잘 걸리는 생쥐들의 뇌 조직을 조사해 수모가 두 배 이상 증가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치매에 잘 걸리는 생쥐는 미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마리당 가격이 100만원에 달한다. 고 박사팀은 이어 수모가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어떻게,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연구 결과 수모가 아밀로이드의 생성을 돕는 효소인 BACE와 결합해 아밀로이드를 1.5배나 많이 생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수모 생성이나 기능을 억제하는 물질을 만들어 생쥐에 주입했더니 아밀로이드가 일반 생쥐에 비해 45%나 덜 만들어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고영호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을 개발할 때 수모가 중요한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며 “수모 억제가 치매 극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노화연구계의 저명 국제 학술지인 ‘노화신경생물학지(Neurobiology of Aging)’에 게재될 예정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알츠하이머병=알츠하이머성 치매라고도 부른다. 뇌 조직을 파괴하는 베타아밀로이드란 단백질이 뇌에 쌓이고 뇌 조직이 쪼그라드는 게 주원인이다. 전체 국내 치매 환자의 약 7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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