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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노벨상 어떻게 앞당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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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국민은 과학 분야의 노벨상을 기다린다. 올해 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경쟁에서 선전했지만 과학 분야의 노벨상에서는 역대 14:0의 격차가 15:0으로 확대됐다.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인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었는데 그의 연구는 앞으로 난치병 치료에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에게도 황우석 전 교수의 연구 때문에 잘 알려진 줄기세포 분야의 수상이라 아쉬운 생각이 든다.

 야마나카의 이력을 보면 우리의 짧은 기초과학의 역사를 탓할 일도 아니다. 그는 일본에서 의사를 잠깐 하다가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의대로 가서 줄기세포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1999년부터 나라 첨단과학기술대학원대학에서 관련 연구를 재개해 2006년 쥐의 피부 세포에 네 가지 특정 인자만 넣어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음을 보이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무려 6000번이 넘는 피인용 횟수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이듬해 인간의 유도만능줄기세포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연구비가 신문에 따르면 700억원대라 하는데 이는 유명해진 이후의 상황이다. 그는 2003년부터 5년간 총 3억 엔(약 42억원)의 연구비를 정부에서 받았고 이 연구비를 제1 후원으로 삼아 2006년의 논문을 발표했다. 즉 그의 연구비가 많았던 것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야마나카는 2002년 이전에는 피인용 횟수 수백 편의 논문이 가장 좋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정도의 실적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많은 교수가 가지고 있다.

 한국 연구팀은 연구 윤리와 전략에서 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황 전 교수는 정확히 따지기 힘들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기업으로부터 상당히 많은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그리고 그의 2004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에는 무려 15명의 저자가 포함됐고 이 중에는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이름도 들어 있다. 비유하자면 황 전 교수는 베이스캠프에 청와대 보좌관까지 참가하는 대형 팀을 짜고 언론 홍보를 하는 동안에 일본의 야마나카는 2인의 단출한 팀으로 정상을 정복했다. 당시 국내에서도 배아줄기세포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황 전 교수 팀이 조성한 분위기는 합리적 판단을 저해했다.

 흔히 노벨상 선정을 비유하기를 ‘석학들을 강당 안에 가득 모아놓고 제비뽑기하는 과정’이라 한다. 운이 상당히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연구지원을 보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큰 팀에 1년에 최대 100억원의 연구비까지 지원한다. 충분한 연구비가 수상 확률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혹시라도 이들만 바라본다면 좋은 전략이 아니다. 노벨상은 우리가 산업계에서 성공했던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가야 할 길이 분명한 빠른 추격 전략에는 집중 투자가 필수적이지만 길이 없는 산을 헤매며 올라갈 때는 많은 사람이 다양한 도전을 해야 성공 가능성이 증가한다. 결국 학교와 연구소에 연구를 사명으로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노벨상 수상의 기회를 높이는 길이다.

 이를 위해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연구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제고다. 일례로 의대에서 생리학을 전공한 뒤 벤처기업인으로 성공한 안철수씨가 교과서에 나오는데 좌우고면(左右顧眄)하지 않고 연구에 매진했던 그의 지도교수나 동료가 먼저 소개됐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연구 결과는 인류 전체가 세대를 이어 공유하는 ‘공공재’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회공헌이나 경제적 기여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심지어 교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인식이 꼭 바뀌기를 바란다.

성원용 서울대 교수 전기·정보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