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총 맞은 소녀 치료 위해 영국 이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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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4일 파키스탄 북부 도시 라호르에서 탈레반이 쏜 총에 맞은 유사프자이의 사진을 든 두 어린이가 어른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라호르 신화=연합뉴스]

여성의 교육권을 위해 투쟁하다 탈레반이 쏜 총에 맞아 크게 다친 파키스탄의 14세 소녀 인권운동가 마랄라 유사프자이가 치료를 위해 영국으로 옮겨졌다. 파키스탄에서는 수만 명이 모여 총격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파키스탄군은 15일(현지시간) “오늘 오전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마련해준 특별 환자 수송기를 이용해 유사프자이를 영국의 의료기관으로 이송했다”며 “군 병원 의료진은 두개골 및 신경 복원 등 보다 통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며칠이 굉장히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무장괴한 두 명이 쏜 총에 머리를 맞은 유사프자이는 군병원에서 총알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서서히 호전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14일에는 잠시 호흡기를 뗀 채 숨을 쉴 수 있었고, 진정제 투여량을 줄이자 손발을 움직이기도 했다고 군병원은 밝혔다. 하지만 의료진은 영구 손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금요기도회가 열린 12일 신도들이 모여 유사프자이의 쾌유를 빈 데 이어 14일에는 수만 명이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에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는 유사프자이 총격 이후 열린 탈레반 규탄 시위 가운데 최대 규모다. 시위를 조직한 정당 무타히다 카우미 운동의 알타프 후사인 대표는 “탈레반은 짐승”이라며 “유사프자이에 대한 공격은 파키스탄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파키스탄 정부는 사건에 연루된 주요 용의자 최소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하지만 직접 총을 쏜 범인 2명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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