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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인적청산은 야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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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2일 민주당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 참석해 '포용'을 강조했다. 盧당선자는 축사 끝부분에서 이를 상징하는 발언도 했다.

당정 분리 고수 입장을 강조하던 盧당선자는 "혹시 어떤 분들이 모른 척한 것 아니냐고 할지 몰라 말을 하는 것"이라며 "들어올 때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과는 시선을 놓쳐 악수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盧당선자는 "朴위원이 그동안 지도부를 이끌고 선거과정에서 많은 수고와 마음고생을 해줘 고맙고, 지난날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부터 협력하면 소중한 당원으로서 당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하실 분"이라고 했다.

朴위원은 선거과정에서 민주당 내 '반노(反盧.반 노무현)'세력의 중심에 서있었고,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와 후보단일화 결정이 날 때까지 鄭대표 쪽에 기울었다. 盧당선자는 또 '인적 청산'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야박하다"고 반대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동교동계 해체를 사실상 선언해 당 개혁을 위한 장애를 걷어내고, 盧당선자는 당내 결속을 강조하며 포용으로 수습해 나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는 지도부가 새 인물로 채워져야 한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盧당선자는 "당을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인물이 국민에게 새롭게 비춰지는 모양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의 변화 과정에서 기존 입지가 밀린다 해도, 자기 혁신을 통해 변화를 먼저 해 간다면 전혀 새로운 상황이 올 수 있다"며 2선후퇴의 거론 대상이 된 일부 중진을 다독이기도 했다.

당 개혁특위위원장인 김원기(金元基) 고문은 이날 라디오프로그램에 나와 ▶당비 내는 당원으로 당을 구성하고▶중앙당을 축소하며▶사이버 정당화를 추진하는 것 등을 개혁안으로 제시했다. 盧당선자의 구상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호남과 동교동계 위주로 구성됐던 대의원단을 당비 내는 당원으로 바꾸면 사실상 민주당의 밑바탕도 달라지게 된다. 당의 진용을 자신의 친위세력으로 교체해 2004년 총선에 대비해 나가되, 그 과정만큼은 갈등을 최소화하는 '무혈(無血)혁명'으로 진행하겠다는 盧당선자의 그림이 드러난 것이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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