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뇌사한 여고생 장기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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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여고생이 새해 첫날 네 사람에게 새 삶을 안겨주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8시30분쯤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 교차로에서 김태희(17.동해상고1)양이 택시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동해시 영동병원으로 실려간 金양은 수술을 위해 강릉 아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과다출혈로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뒤 金양은 곧바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지난달 말 병원 측은 "뇌출혈로 부종이 심한 데다 혈압이 계속 떨어져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가족들에게 통보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金양의 어머니 황말년(43)씨는 지난해 12월 31일 병원측에 딸의 장기기증 의사를 전달했다.

黃씨는 "병마에 시달리며 사경을 헤매는 다른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안겨준다면 태희도 좋아할 것 같고, 부모도 덜 안타까울 것 같아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산병원은 지난 1일 金양의 신장.각막 등 4개의 장기와 심장 조직을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강남성모병원.계명대 부속 동산병원 등 네곳에 각각 기증했다.

金양의 신장 2개는 지난 1일 밤 삼성서울병원과 강남성모병원에서 각각 만성 신부전증으로 생명이 꺼져가던 李모(55.여)씨와 姜모(28.여)씨에게 이식돼 새 생명을 찾아줬다. 각막은 74세의 노인과 16세의 남학생에게 이식돼 시력을 되찾아줬다. 서울아산병원에 기증된 심장 조직은 치료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안타깝게 숨진 한 여학생이 네명의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되찾아주면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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