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주제로 단막극 공연 … ‘바른말 지킴이’ 될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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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0대, 20대를 중심으로 인터넷을 떠돌았던 ‘깜놀했어’ ‘캐안습’ ‘노페사줘’는 양반이다. 최근에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최악의 외계어들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대충 몇 개는 해석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도무지 불편한 만들 뿐이다.

충남예고는 9일 제566돌 한글날을 맞아 교내 강당에서 한글날 기념 행사를 가졌다. [사진 충남예고]

인터넷 채팅이나 온라인 게임에서 성행하는 은어와 비속어, 줄임말 등이 인터넷을 점령(?)하면서 한글파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방송 및 영화 등 영상매체에서도 범람하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1990년대 온라인 통신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비속어 사용은 당시 ‘어솨요(어서오세요)’ ‘방가방가(반갑습니다)’ 등 말 줄임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최근의 통신 은어들은 갖가지 언어들을 발음에 따라 조합하며 심각한 한글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글파괴 현상이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는 가운데 충남예술고등학교(교장 유순식)가 9일 제566돌 한글날을 기념해 이색적인 매직 퍼포먼스 페스티벌 행사를 가져 눈길을 끌었다.

언어문화개선 선도학교 운영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학생회가 중심이 되어 체계적인 준비를 거쳐 추진됐으며 각 학급별로 한글 사랑, 바른말 사용, 언어 폭력 예방 등을 주제로 다양한 퍼포먼스를 준비해 발표했다. 또 인성교육을 위한 ‘언어문화 개선 동영상’ 상영, ‘언어문화 개선 학생 포스터 및 리플렛 전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학생들의 폭발적인 반응 속에 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학생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직접 한글을 몸으로 표현하거나 짧은 단막극 형식을 통해 언어 사용 양상을 반성하는 무대를 갖고 노래를 개사해 주제를 전달하거나, 언어 사용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해 이를 연결하는 등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황예솔 전교 학생회장은 “이번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우리나라 말이 얼마다 대단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알게 되었고, 이를 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머릿속에만 있던 다양한 생각들을 내가 가진 장기를 활용해 직접 표현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유순식 교장은 “충남 예술고 학생들 역시 요즘 청소년들처럼 난무하는 인터넷 외계어가 상당 부분 빠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세태가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서 마저 이를 나 몰라라 한다는 도대체 알 수 없는 외계어 문제는 점점더 심각해 질 것을 우려해 이 같은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며 “현재 예술고는 언어문화 개선 선도학교로 지정돼 있는 만큼 이번 한글날 기념 행사 외에도 지속적으로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행사를 마련해 학생들이 바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국정감사에 앞서 전체회의를 열고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촉구 결의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최진섭 기자

◆ 한글날= 1926년 11월 4일 조선어연구회(한글학회의 전신)가 주축이 되어 매년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해 행사를 갖다 1928년에 명칭을 '한글날'로 바꾸었다. 1932, 1933년에는 음력을 율리우스력으로 환산해 양력 10월 29일에 행사를 치렀으며, 1934~45년에는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해 10월 28일에 행사를 치렀다. 그러나 지금의 한글날은 1940년 ‘훈민정음’ 원본을 발견해 이를 양력으로 환산해 1945년부터 10월 9일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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