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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따라 고른 단풍 명소 6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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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남한에서 단풍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산이다. 내설악의 구곡담계곡에는 붉은색 단풍 지붕이 덮였다. [사진= 신동연 선임기자]

즐거운 마음으로 단풍 산행에 나섰다 다치면 큰일이다. 산에서는 욕심내지 말고 겸손해야 되는데 대부분의 안전사고는 자기 몸 상태와 산행 능력을 무시해서 일어난다. 자신에게 맞는 코스 선택이 중요하다. 다음은 상·중·하 난이도로 나눠본 단풍 산행코스와 그에 맞는 장비들.

◆난이도 하 │ 편안한 ‘단풍 놀이’ 길

북한산 우이령길과 내장산 케이블카 단풍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코스다. 둘 다 평탄한 길을 반나절 정도 걸으면 된다. 산행이라기보다는 ‘놀이’에 가깝다.

북한산 │ 둘레길 21코스 우이령길

북한산은 사계절 내내 등산객이 끊이지 않는다. 바위가 많아 초보자가 오르기에 결코 만만치 않은 산이다. 하지만 지난해 완공된 둘레길은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단풍을 구경할 수 있다.

그중 21코스, 우이령길(사진)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과 경기도 양주시 교현리를 잇는 탐방로로 6.8km, 약 3시간30분 걸린다. 1968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침투사건 이후로 민간인 출입금지 지역이었다가 2009년 7월 개방됐다. 40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만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붉게 물든 잎을 무겁게 짊어진 단풍나무가 평탄한 탐방로를 따라 늘어서 있다.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약 2㎞ 올라가면 오봉 전망대가 나온다. 먼발치의 오봉을 중심으로 군데군데 붉게 물든 산자락을 볼 수 있다.

우이령길은 길 전체에 화강암이 풍화된 마사토가 깔려 있어 맨발로도 걸을 수 있다. 하루 전까지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에서 예약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교현탐방지원센터 031-855-6559.

내장산 │ 케이블카 코스

내장산은 등산 코스와 산책길이 골고루 조성돼 남녀노소 쉽게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주차장에서 내장사까지 3.2km는 단풍나무 터널이다. 특히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108그루의 단풍나무가 있는데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수령이 300년도 넘는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면 단풍터널과 단풍나무로 둘러싸인 아담한 호수, 우화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되고, 왕복 7000원, 편도는 4000원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3분이면 전망대 휴게소에 도착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300m쯤 걸어가면 전망대다. 전망대에서 보는 내장산은 내장사를 중심으로 9개 봉우리가 둘러싼 모양이다. 아홉 봉우리 중 서래봉(사진) 밑에 있는 백련암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 정갈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암자도 가을이면 온통 붉은 단풍나무 군락에 폭 파묻혀 화려함을 뽐낸다. 내장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63-538-7875.

◆난이도 중 │ 붉은 단풍계곡으로 떠나는 산행

설악산 흘림골과 주왕산 주방계곡 코스를 추천한다. 폭포·바위·계곡과 어우러진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다소 힘은 들지만 4시간이면 충분히 주파할 수 있는 코스다.

주왕산 │ 주방계곡 탐방로

주왕산은 설악산·월악산과 더불어 3대 암산으로 꼽힌다. 가을 단풍을 보기에는 대전사에서 시작해 1·2·3폭포까지 갔다 오는 코스가 적당하다. 상의주차장~대전사~제1폭포~제2폭포~제3폭포~내원동~상의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9.8km, 4시간이면 돌 수 있다. 절벽 사이로 난 협곡 길도 걷고 폭포 물줄기 바로 옆으로도 걷는다. 위험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길이 평탄하고 데크를 잘 깔아놔 가뿐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대전사를 지나 주방천(사진)을 따라 길이 이어지는데, 제1폭포까지 이르는 구간의 단풍이 유명하다. 맑은 물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주방천 위로 떨어진 붉은 단풍을 보면 자연스레 가던 길을 멈추게 된다. 수면에 반사된 단풍 때문에 위·아래,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붉은색이다.

탐방로는 차례로 제1폭포에서 2·3폭포까지 이어진다. 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 소를 이루고 그 주변으로는 자갈밭이 형성돼 있다. 여기에 울긋불긋한 단풍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주왕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54-873-0014.

설악산 │ 남설악 흘림골

설악산의 단풍 중 남설악의 풍광을 제일로 꼽는다. 이 남설악을 들여다보는 코스가 바로 흘림골 탐방로(사진)다. 한계령 휴게소를 지나 44번 국도변에 있는 흘림골 지킴터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주차공간이 없어 도착점인 오색약수터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택시를 타고 흘림골로 와 산행을 시작한다. 택시비는 2만원 안팎.

흘림골 지킴터~여심폭포~등선대~등선폭포~십이폭포~용소폭포~오색약수터로 이어지는 코스로 총길이 6.2km, 약 4시간이 걸린다. 골짜기를 지나다 보니 군데군데 물을 많이 만난다. 울긋불긋한 단풍잎과 어우러진 선 굵은 바위, 정갈한 폭포수가 한눈에 들어올 때면 절로 발걸음이 멈춘다. 만물상 능선의 일부인 등선대 전망대에서 굽어보는 남설악 단풍이 제일이다. 가까이는 주전골과 오색리가, 멀리는 서북능선과 점봉산이 보인다. 설악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오색분소 033-672-2883.

◆난이도 상 │ 능선과 계곡을 넘나드는 산행

산행 고수들을 위해 고른 단풍 명소는 경남 합천 가야산과 지리산이다. 산 전체를 조망하는 능선을 지나 계곡에 들어서면 온통 단풍에 물든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가야산 │ 만물상에서 해인사까지

가야산은 정상에 올라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산이다. 정상인 상왕봉에는 듬성듬성 단풍나무가 박힌 기암괴석들이 하늘을 향해 삐쭉삐쭉 솟아 있다. 산행 코스와 탐방코스를 합쳐 약 13km. 산행은 경북 성주군 백운리에 있는 백운동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한다. 만물상~서성재~상왕봉~해인사까지 약 9km로 7시간 정도 걸린다. 해인사에서부터 가야산 국립공원 입구까지는 탐방로(약 4km)가 이어진다. 넉넉잡아 9시간이면 충분하다.

코스 시작과 동시에 1km 정도 오르막을 타고 난 후 능선에 접어든다. 능선에 올라서면 시야가 뚫리면서 만물상 단풍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산 능선 곳곳에 기암괴석이 박혀 있고 그 사이사이를 단풍나무 군락이 메우고 있다. 해인사에서 가야산 입구까지 이어지는 ‘홍류동(紅流洞) 계곡(사진)’ 단풍도 좋다. 넉넉히 물이 흐르는 계곡 옆으로 푸른 소나무와 붉은 단풍나무가 경쟁이라도 하듯 자태를 뽐낸다. 가야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55-930-8005.

지리산 │ 뱀사골~피아골 코스

뱀사골과 피아골(사진)을 잇는 코스는 총 19km에 달한다. 평소 장시간 산행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피아골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자고 1박2일에 걸쳐 둘러볼 수도 있다. 뱀사골은 10월 중순, 피아골은 그보다 일주일 늦은 10월 말 정도에 단풍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한 쪽의 절정 시기에 맞추거나 두 절정 시기의 중간 정도에 산행을 떠나면 된다.

반선에서 출발해 뱀사골 계곡~뱀사골 탐방지원센터~임걸령~피아골 삼거리~피아골 대피소~직전마을로 내려오면 된다. 뱀사골 구간은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을 따라 널찍하게 길이 나 있다.

뱀사골 탐방지원센터~피아골 삼거리는 지리산 주능선을 타는 구간이다. 산과 물, 사람의 얼굴이 모두 붉게 보인다 해서 이름 붙여진 삼홍소부터 직전마을까지의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 지리산 국립공원 남부사무소 061-780-7700.

글=홍지연 기자
사진=국립공원 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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