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신용등급 ‘투자부적격’ 직전 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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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1일 스페인 국가 신용등급을 두 단계나 강등해서다. S&P는 BBB+에서 BBB-로 낮췄다. S&P가 스페인 등급을 낮추기는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신용등급이 앞으로 한 단계만 더 떨어지면 스페인 국채는 정크본드(투자부적격)가 된다. 그럴 가능성은 크다. S&P는 스페인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앞으로 3~6개월 안에 신용등급이 또 강등될 확률이 50% 이상이란 얘기다.

 S&P는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스페인 정치권이 정부 개혁안을 지지하지 않거나 유로존이 스페인의 이자부담 급증을 막지 못하면 신용등급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경제전문 채널인 CNBC는 “S&P 등급 강등을 계기로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 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서 스페인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장 초반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만기수익률)는 전날 5.71%에서 5.88% 선으로 0.17%포인트 뛰었다. 스페인 이자 부담이 수십억 달러 늘어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좀 더 이어지면 스페인은 그리스처럼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금까지 스페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구제금융 신청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구제금융 때문에 지금보다 더 강도가 높은 재정긴축을 실시할 경우 국민의 반발이 거세져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라호이 총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스페인 국채 매입을 종용하고 있다. ECB가 국채를 사들이면 구제금융을 최대한 미룰 수 있다. 하지만 ECB는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은 뒤에나 국채를 사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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