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소믈리에가 말하는 과일·채소 제대로 먹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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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제1호 채소 소믈리에인 김은경씨는 “빨강, 노랑, 주황, 하양, 보라 등 다양한 색깔을 지닌 채소를 골고루 먹으면 영양과 재미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말인 소믈리에(sommelier)는 주로 레스토랑에서 손님에게 와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추천·서비스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한 추천뿐 아니라 와인 품목 선정과 구매, 관리, 저장 등 관련된 모든 일을 한다. 채소 소믈리에는 이처럼 채소·과일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알려주는 전문가다. 건강뿐 아니라 맛과 영양까지 챙기며 채소를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돕는 채소 소믈리에 세계를 소개한다.

식품 개발, 피부관리사 등 활동 분야 다양

 “사람은 누구나 먹어야 살잖아요. 음식은 우리와 아주 밀접하면서도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채소 소믈리에는 이 먹을 거리 중 몸에 좋은 채소를 제대로 즐기면서 먹을 수 있도록 돕는 직업이에요.”

 우리나라 제1호 채소 소믈리에이자 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장인 김은경(46)씨는 채소라고 해서 무조건 많이 먹는 것보다 정확히 알고 먹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채소와 과일이라도 사람의 체질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미가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어떤 어머니는 5살배기 아이에게도 100% 현미로 지은 밥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너무 어린아이들에게 현미만 주면 성장을 방해할 수 있어요. 현미는 일반 쌀에 비해 당질이 떨어지는데 당질은 신체활동의 에너지원이 되는 중요한 요소죠. 어린 시기에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 발육에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어릴 땐 현미와 다른 쌀을 섞어 먹는 게 좋아요.”

 이처럼 채소 소믈리에는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활동 분야도 다양하다. 요리연구가나 영양사는 물론, 채소를 직접 가꾸고 수확하는 생산자와 신선하게 운반해야 하는 유통자도 채소 소믈리에 과정을 공부하면 좋다. 최근 웰빙 바람이 불면서 식품 관련 기업의 마케팅, 판매, 메뉴개발 부서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샐러드&그릴 레스토랑의 경우 책임 채소 소믈리에가 식탁에 오르는 모든 채소와 과일을 관리해요. 신선한 채소 공급부터 맛과 영양도 꼼꼼히 신경 쓴 요리를 선보이죠. 빵을 만드는 제과 업계에서도 관심이 높아요. 우유나 버터 등 동물성재료 대신 식물성 재료가 들어간 빵을 만든다 던지 과일이나 채소를 직접 이용한 빵을 굽기도 하죠.”

 운동관리사나 피부관리사 등도 채소 소믈리에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협회 문을 두드린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건강이 나빠졌거나 비만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봄엔 미나리, 여름엔 오이…제철 채소 좋아

 채소 소믈리에라는 직업은 일본에서 먼저 주목 받기 시작했다. 10년 전부터 전문가를 양성하기 시작해 현재 약 3만5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김 회장이 2008년 일본에서 교육을 받은 뒤 2009년 부터 전문가 양성과정을 보급해 현재 350여명의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서구화된 식단으로 비만과 성인병 등 각종 질병이 생겨나고 있어 건강한 음식문화를 즐기자는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엔 음식이 정신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선한 음식을 먹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먹은 아이는 참을성이 떨어지고 다혈질이 돼요. 자신이 좋아하는 채소나 과일만 많이 먹는 것도 경계해야 해요. 이 역시 특정 영양소만 섭취하는 편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김 회장은 채소와 과일을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우선 가장 쉬우면서도 좋은 습관은 제철 과일과 채소를 먹는 것이다.

 “채소와 과일은 자연이 만든다고 하지요. 그 계절의 온도와 날씨 환경에 맞춰 그 시기에 생겨나는 거에요. 맛과 영양이 최상일 수 밖에 없죠. 오이는 여름에 가장 맛있고 미나리 같은 봄나물은 3월말에서 4월초에 환상적인 맛을 내요”

 또 하나의 방법은 다양하게 조리해 먹는 것이다. 비타민, 무기질, 칼슘 등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있는 채소는 날 것 그대로 먹을 때와 익혀먹을 때 각기 다른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

 “토마토의 경우 익히면 비타민이 다소 파괴되지만 오히려 항암작용을 하는 라이코펜이라는 성분은 더 많아져요. 지용성 비타민이 많은 가지, 당근, 단호박 등은 기름에 살짝 볶아 먹어야 비타민 흡수가 됩니다.”

<심영주기자 yjshim@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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