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군 쇼팽 연주…장애 넘어 희망 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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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D-100 성공기원 음악회’ 무대에 오른 지적장애 피아니스트 김지현군. [사진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대회 조직위]

9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김지현(18·광주 풍암고 2년) 군이 무대에 올랐다. 까만 그랜드 피아노 앞에 선 그는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러나 피아노 앞에 앉자 언제 그랬냐는 듯 열정적으로 쇼팽의 피아노 연주곡 ‘혁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까만 안경테 넘어 김군의 두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김군은 지적·언어·틱 장애가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도 “엄마·아빠·싫어요” 등의 단순한 얘기밖에 못했던 김군은 일곱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뒤 사회성이 놀랍도록 발전했다.

 김군이 선 무대는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D-100일 성공기원 음악회’였다.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은 세계 지적장애인의 ‘겨울 운동회’다. 스포츠를 즐기면서 사회성을 되찾고,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게 목표다. 내년 1~2월 평창과 강원도 일대에서 열린다.

 지적장애인 청소년으로 구성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도 무대에 올랐다.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등 세 곡을 연주하는 동안 작은 소동도 있었다. 객석에 앉은 한 지적 장애 소녀가 비명을 질러댄 것. 하지만 단원들은 침착하게 무대를 마쳤다.

 연주가 끝난 뒤 1200여 관중은 그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음악 앞에선 어떤 장애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날 공연에선 한국종합예술학교의 재학·졸업생, 교수들의 연주도 이어졌다.

 스페셜올림픽 조직위 측은 “이번 음악회는 지적장애인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나경원 평창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조직위원장은 “희망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만질 수 없는 것을 느끼고, 불가능한 것을 이루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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