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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투입 · 콜금리 인하 '잠자는 증시'

중앙일보

입력

연기금 주식매수가 이틀째 이어지고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증시는 무덤덤했다.

개장초 600선을 넘어섰던 종합주가지수는 뚜렷한 매수 주체가 나타나지 않자 다시 밀려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거래량이 연중 최저인 2억주 밑으로 떨어지고 증시 체력이 허약해져 연기금 투입 만으로 주가를 상승세로 돌려놓기는 역부족" 이라고 진단한다.

다만 연기금이 심리적 안전판 역할을 하며 지수의 추가 급락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콜금리 인하 역시 증시가 외국인으로 대표되는 국제 유동성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콜금리 인하가 실질금리 하락으로 직결되지 않고, 올 들어 저금리에도 증시에 자금이 몰리지 않았던 경험이 투자자의 몸을 사리게 하고 있다.

◇ 안 듣는 연기금 효과=국민연금이 투신운용사에 일임형으로 맡긴 6천억원이 4일부터 증시에 본격 투입됐다.

연기금은 투입 첫날인 4일 3천2백억원 가운데 상당부분을 쏟아부은 데 이어 5일에도 핵심 블루칩과 업종 대표주에 대한 순매수에 나섰다.

그러나 연기금 매수를 보유 주식을 내다 파는 기회로 삼자는 매도세에 밀려 대부분의 종목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연기금 투입이 이미 시장에 알려져 매수 대상이 될 종목의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데다, 첫날 매수 규모가 커 앞으로 추가 매수는 별 볼 일 없다는 전망이 효과를 반감시켰다.

굿모닝증권 홍성태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중순부터 본격화할 미국 주요 기업의 실적발표를 기다려보자는 심리가 강하다" 며 "위축된 증시에 수급의 열쇠를 쥔 외국인의 뒷받침 없이 연기금만으로 증시 방향을 돌리기엔 역부족"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기금이 당장 효과를 못 내더라도 지수의 추가하락 가능성이 낮아지고 증시의 기초 체력이 꾸준히 보강되고 있는 점은 주목해야 할 변화로 지적된다.

◇ 콜금리 인하=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는 당초부터 증시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콜금리 인하가 실질금리 인하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고채 3년물의 수익률이 지난해 7%대에서 올 들어 한때 5.0%까지 하락했고 은행 수신예금도 6% 안팎으로 크게 떨어졌다.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합쳐서 따져보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까지 내려간 셈이다.

금리가 낮아져도 기대와는 달리 증시로 자금이 흘러들지 않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경기 회복 지연과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워낙 커 무위험 자산인 국공채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1999년 이후 금리와 주가 사이의 상관계수가 0.71에 달해 금리가 올라야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며 "경제원론과 달리,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올 연말까지는 금리.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국내 증시를 움직이는 외국인들의 자금 공급원은 국내가 아닌 해외" 라며 "국내 금리를 인하하면 증시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는 애초부터 한계가 있다" 고 지적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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